
태풍이 지나간 뒤 / 강현옥
변종매미가
소란스럽게 울며
가로수를
뒤흔들고 지나간 뒤
잎들은
제 계절을 맞기도 전에
길가에 내려앉아
영혼들의
마지막 비명소리를
읊고 있다
끝까지 춤 한번
추어 보지 못한 넋두리
불면의 밤 모퉁이
무풍지대에 앉아
흙 빛 혀를 내밀고 있구나
9월의 이른 가을날에
생의 반이 잘려 나간 목숨을
하늘의 달과 별빛이
내려와 동숙하며
새로운 꿈을 위하여
수의를 입히며
이슬 젖은 길을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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