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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이 지나간 뒤 / 강현옥

덕 산 2023. 8. 11. 14:07

 

 

 

 

 

태풍이 지나간 뒤 / 강현옥

 

 

변종매미가

소란스럽게 울며

가로수를

뒤흔들고 지나간 뒤

잎들은

제 계절을 맞기도 전에

길가에 내려앉아

영혼들의

마지막 비명소리를

읊고 있다

 

끝까지 춤 한번

추어 보지 못한 넋두리

불면의 밤 모퉁이

무풍지대에 앉아

흙 빛 혀를 내밀고 있구나

 

9월의 이른 가을날에

생의 반이 잘려 나간 목숨을

하늘의 달과 별빛이

내려와 동숙하며

새로운 꿈을 위하여

수의를 입히며

이슬 젖은 길을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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