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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비 / 박인걸

덕 산 2023. 6. 20. 13:57

 

 

 

 

 

여름 비 / 박인걸 

 

적 목련 나무 한 그루

여름비가 어루만질 때

매우 고단한 잎들이

큰 위로를 받는다.

 

뙤약볕 내리쬐는 길가에서

아스팔트 열기에 진땀을 빼며

귀찮고 성가신 기계음에

매일 불면증에 시달렸다.

 

손 뻗을 곳 없는 공간에서

외로운 뿌리를 내리며

혼신의 힘으로 일어서서

의젓한 기풍이 돋보이나

 

이야기 벗 하나 없는

거대한 독방에 갇혀

전봇대만 바라 볼 뿐

희망을 단념한지 오래다.

 

봄에 진 목련꽃의 눈물이

굵은 빗방울이 되었나.

늦여름 어귀에서

목마른 나무는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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