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운 글

어떤 마음으로 살것인가 / 법상스님

덕 산 2023. 6. 8. 13:36

 

 

 

 

 

어떤 마음으로 살것인가

 

어느날 나무 밑에서
스님 두 분이 재미있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지나치던 어떤 스님께서 그들을 바라보니
처음에는 선신(善神)들이 기뻐하며
그 주위를 꽉 채우고 있었는데,

나주에는 악귀(惡鬼)들이 우루루 몰려와
그 주위를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하도 신기하여 그 스님께서 물었습니다.

"스님들!
처음에는 무슨 얘기를 나누었고,
나중에는 무슨 얘기를 나누었는지요."

두 스님께서 대답하셨습니다.

"처음에는 부처님과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해 이야기를 했고,
나중에는
세상살이와 정치에 대한 불신을 얘기했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하고
또 어떤 마음을 나누고 있었느냐에 따라
유유상종이라고
눈에 보이지 않는 신중님들도
그와 똑같은 류의 신중님들이 우리를 따를 것입니다.

그래서 마음을 나눌 때는
늘 속 뜰을 잘 비춰보고 걸러짐이 있어야 합니다.
내 수행과 정진에 대한 마음 나누기,
부처님 가르침과 진리에 대한 마음 나누기,
이런 맑은 나눔은
우리 사람을 밝힐 뿐 아니라
법계의 신중님들까지도 함께 밝혀주는 일입니다.

또 이런 이야기도 있습니다.

어떤 도인이 보니
한 사람이 지나가는데
그 뒤에 악하고 검고 탁한 기운이 가득 뒤따르고,
한참 후에 돌아오는데
밝고 맑은 기운이 가득 따르더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묻기를
"갈 때 는 무슨 마음이었고,
올 때는 무슨 마음이었습니까? " 하였더니

"갈 때는 돈을 주지 않길래
화가 나서 행패라도 부리려는 생각이었는데,
막상 가보니 끼니를 굶고 있길래
오히려 쌀 두 되를 사주고 오니 기분이 좋아서
기쁜 마음으로 돌아왔습니다."
했다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 이야기에서처럼
우리들이 늘상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는지
밝고 긍정적인 마음인지,
어둡고 탁한 마음으로 살아가는지
매 순 간 마음을 비추어 보시기 바랍니다.

밝고 긍정적인 마음을 딱 일으키면
그 주위가 일시에 밝아지지만,
어둡고 탁한 마음을 내면
순식간 법계의 어두운 기운이 주위를 감싸고 돕니다.

부처님 가르침을 이야기하고 나누면
그 순간 호법 선신들이 나를 옹호하지만
세상사 잡스런 일을
아무런 걸러짐 없이 뱉어내거나
정신없는 말들을 마구잡이로 끄집어 낸다면
악신들이 모여들게 마련입니다.

왜 사람들도 보면
그 사람만의 독특한 분위기가 있고,
집이든 사무실이든 찾아가 보면
그 사람만의 기운이 느껴지게 마련이지 않아요.

항상 밝고 청정한 사람에게서는
향기롭고 은은한 차향이 풍겨나오지만,
탁하고 어두운 사람에게서는
가까이 가기만 해도 벌써 내 마음이 함께 어두워지기도 합니다.

한참 친구들하고
내면에서 걸러지지 않은 잡스런 말이나
세상사, 또 다른 사람 흠 잡는 말을 잔뜩 늘어놓고 나면
괜히 마음이 허해지고 씁쓸해집니다.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겠지만
그 사람의 마음에 따라
보이지 않지만 느껴지는 것이 있게 마련입니다.

보여지는 것 아무리 치장해 봐야
허영만 늘어갈 뿐
그 탁한 기운까지 치장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사람마다 저마다의 느낌이 있잖아요.
얼굴이 잘생기고 못생기고,
그 사람이 배경이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차를 우릴 때 코끝을 스치는 맑은 향기처럼
그 사람에게서 우러져 나오는 맑은 다향이 있게 마련입니다.

나에게는
어떤 향기가 나는지,

또 나에게는
어떤 신중들이 따라다니는지,

나에게는
어떤 느낌, 어떤 기운이 따라다니는지,

가만히 생각해 볼 일입니다.

 

- 법상스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