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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하기

덕 산 2023. 6. 11. 10:32

 

 

 

 

 

인정하기

 

그 어떤 경계가 닥치더라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세요.
인정하지 못할 때, 받아들이지 못할 때
괴로움은 옵니다.

경계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은
무언가 경계에 대한 분별을 시작했음을 의미합니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대상에 대한 집착이 생깁니다.
경계를 두 가지 극단의 분별로 몰아갑니다.

음식을 먹을 때
맛이 있고 없고를 분별하기 전에
음식 그 자체로써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인정했을 때 음식은 그저 음식일 뿐입니다.
맛있는 음식이거나 맛없는 음식이 아닙니다.

온전히 인정하지 않으면
음식이란 대상에 대해 맛이 있고 없고 등의
온갖 분별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며
그 분별은 음식에 대한 집착으로 비롯되는 것입니다.

맛이 없다는 것은
이 음식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말입니다.
받아들이지 못하면 내 마음이 괴롭습니다.
그러나 음식을 받아들인다는 것은
인연따라 온 음식을 분별없이 그냥 먹는다는 말입니다.

인정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는
내가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싶기 때문입니다.

내가 없어질 때
우리는 일체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인정하지 못할 때
분별과 집착 그리고 괴로움은 시작되지만,
일체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우리의 마음은 대상에 상관없이 평온해지는 것입니다.

괴로움의 실체는 ‘인정하지 못함’입니다.
인정하는 순간 괴로움은 사라집니다.

대장부 수행자는
다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이건 받아들이고 저건 못 받아들인다면
그건 졸부의 못난 마음입니다.

수행자는
내 앞에 펼쳐지는 그 어떤 경계라도
다 받아들이고 다 인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받아들이는 일이 바로 녹이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 법상스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