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비 여자
- 김 찬 일 -
여간 걸어도 줄지 않을 것 같은
들길 걷다 봄비 만났네
내리는 빗줄기에 가려, 먼 들판은
풍경의 잔해로 눈꺼풀에 스며들고
들판 자욱이 봄 안개로 피어있던
야산의 진달래만, 허전한 눈망울 채웠네.
아직 찬비였지만 봄비에 젖은 진달래꽃
가슴에 붉은 아픔으로 떨어지고
봄 아지랑이에 숨어
지금까지 겨울 꿈 키워 온 여자 마을
봄비 따라 흘러가 보이지 않았네
아 아 겨울이면 잉잉거리는 바람으로 나타나
빈 나무가지 흔들던 여자
흰 눈 내리면 눈 위에 이름 모를 새
발자국으로 찍혀 있던 여자
그 오광대 각시 탈 망상같던 여자
봄비 따라 어디론가 흘러갔네.
키워 온 겨울 꿈 꺾어 놓고,
봄비의 여자
그 몸 벗어 놓고 봄비 따라
어디론가 흘러갔네

'좋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진달래꽃 / 박인걸 (0) | 2023.04.06 |
|---|---|
| 빗소리 / 박인걸 (1) | 2023.04.05 |
| 사월의 시 / 이해인 (0) | 2023.04.03 |
| 4월에는 / 목필균 (0) | 2023.04.01 |
| 4 월 / 박인걸 (0) | 2023.03.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