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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 여자 / 김찬일

덕 산 2023. 4. 4. 18:59

 

 

 

 

봄비 여자 

          - 김 찬 일 -

 

여간 걸어도 줄지 않을 것 같은

들길 걷다 봄비 만났네

내리는 빗줄기에 가려, 먼 들판은

풍경의 잔해로 눈꺼풀에 스며들고

들판 자욱이 봄 안개로 피어있던

야산의 진달래만, 허전한 눈망울 채웠네.

아직 찬비였지만 봄비에 젖은 진달래꽃

가슴에 붉은 아픔으로 떨어지고

봄 아지랑이에 숨어

지금까지 겨울 꿈 키워 온 여자 마을

봄비 따라 흘러가 보이지 않았네

아 아 겨울이면 잉잉거리는 바람으로 나타나

빈 나무가지 흔들던 여자

흰 눈 내리면 눈 위에 이름 모를 새

발자국으로 찍혀 있던 여자

그 오광대 각시 탈 망상같던 여자

봄비 따라 어디론가 흘러갔네.

키워 온 겨울 꿈 꺾어 놓고,

봄비의 여자

그 몸 벗어 놓고 봄비 따라

어디론가 흘러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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