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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 / 신경림

덕 산 2023. 3. 29. 09:30

 

 

 

 

 

진달래 / 신경림 

 

1

냇물 타고 내려온 복대기가

마당을 덮은 가겟집

씨리목 산울타리에

진달래가 섞여 피었다

 

키가 큰 그 집 의붓딸이

나는 좋았다

가겟방 들마루에 나앉으면

소나무 가지 사이로

달 뜨는 게 보이고

 

그애 제 죽은 애비 자랑에

툭하면 밤이 깊었다

후미진 골짝 돌자갈 밑에 누워

소쩍새 울음에 눈물 삼킬 그애 애비

 

2

나는 삼짇날 그애 꿈을 꾼다

산울타리에 섞여 피던

진달래를 본다

재봉틀에 손 찔리며

쏟아지는 잠 쫓는 그애의 딸을 본다

 

골목 안을 서성대는

가난한 어머니를 본다

 

무엇인가

우리를 하나로 묶고 있는

이 길고 질긴 줄은

 

소나무 사이로

달 뜨는 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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