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달래 / 신경림
1
냇물 타고 내려온 복대기가
마당을 덮은 가겟집
씨리목 산울타리에
진달래가 섞여 피었다
키가 큰 그 집 의붓딸이
나는 좋았다
가겟방 들마루에 나앉으면
소나무 가지 사이로
달 뜨는 게 보이고
그애 제 죽은 애비 자랑에
툭하면 밤이 깊었다
후미진 골짝 돌자갈 밑에 누워
소쩍새 울음에 눈물 삼킬 그애 애비
2
나는 삼짇날 그애 꿈을 꾼다
산울타리에 섞여 피던
진달래를 본다
재봉틀에 손 찔리며
쏟아지는 잠 쫓는 그애의 딸을 본다
골목 안을 서성대는
가난한 어머니를 본다
무엇인가
우리를 하나로 묶고 있는
이 길고 질긴 줄은
소나무 사이로
달 뜨는 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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