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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 / 이기철

덕 산 2023. 3. 9. 09:55

 

 

 

 

 

삼월 / 이기철

 

밖에서 누군가가 쫑알거려 나가보니

입학식에 온 1학년 같은

개나리 피는 소리였습니다

 

여기는 시메산골

버스도 우체부도 발자국 예쁜 사람도

조금씩은 늦게 옵니다

 

슬리퍼를 운동화로 갈아 신는 동안

몇 송이가 더 피어 제 얘길 들어 달라고

입술을 쫑긋거리고 있습니다

햇살이 몰고 오는 노란 말들을 낱낱 귀에 담습니다

 

저쪽 솔 그늘에는 진달래가 저도 늦지 않으려고

얼굴이 붉어져 있고

응달에서 뛰어나오려는 자두꽃이

흰 봉투를 막 뜯고 있습니다

 

한 스무날은 이래저래

집 안이 소란할 것입니다

삼월은 자식 많은 어머니같이

손 쉴 틈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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