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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칩 / 박성우

덕 산 2023. 3. 5. 11:04

 

 

 

 

 

경칩 / 박성우

봇물 드는 도랑에

갯버들이 간들간들 피어

외진 산골짝 흙집에 들었다

새까만 무쇠솥단지에

물을 서너 동이나 들붓고

저녁 아궁이에 군불 지폈다

정지문도 솥뚜껑도

따로 닫지 않아, 허연 김이

그을음 낀 벽을 타고 흘렀다

대추나무 마당에는

돌확이 놓여 있어 경칩 밤

오는 비를 가늠하고 있었다

긴 잠에서 나온 개구락지들

덜 트인 목청을 빗물로 씻었다

황토방 식지 않은 아침,

갈퀴손 갈큇발 쭉 뻗은

암수 개구락지 다섯 마리가

솥단지에 둥둥 떠 굳어 있었다

아직 알을 낳지 못한

암컷의 배가 퉁퉁 불어

대추나무 마당가에 무덤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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