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꽃(冬雪花) / 淸草배창호
잿빛 정적의 침묵을 거죽 삼아
소리 소문도 없이 밤새 시리도록
백미白眉의 융단을 펼친 설원에는
우듬지의 가지마다 휑하도록 고요했다
매섭게 몰아붙이는 엄동嚴冬의 격조도
얼어붙은 땅에 허기진 혀를 내밀듯
댓 닢의 잎새마다 결로가 맺혀
대숲의 면경이 칼날같이 아득한데도
세속에 물들지 않은 청솔 가지마다
송이송이 피운 우아한 순백의 꽃이
오직 가슴으로 느껴야 하는 그만치에서
적요한 그리움이 사무치도록 울 어에는
행간을 채워나가는 발자국조차
소유할 수 없는 겨울만의 정취情趣가
절묘한 조화의 환대, 은둔隱遁의 바윗고을에도
젖무덤 봉분처럼 소복이도 쌓였다

'배창호시인님 글방 '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그 겨울의 텃새 / 淸草배창호 (2) | 2023.01.29 |
|---|---|
| 침잠沈潛에 든 응달 / 淸草배창호 (2) | 2023.01.25 |
| 백야白夜 / 淸草배창호 (2) | 2023.01.17 |
| 겨울밤이 / 淸草배창호 (0) | 2023.01.13 |
| 백야白夜 / 淸草배창호 (2) | 2023.01.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