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운 글

가슴 뛰는 삶을 연주하라 / 법상스님

덕 산 2022. 9. 15. 11:04

 

 

 

 

 

가슴 뛰는 삶을 연주하라 

 

세상에서는 나를 확장시키라고 말한다.

종교나 명상의 가르침은 나를 비우라고 한다.

 

이 세상에서 인정받으려면

내 소유, 내 명예, 내 지위, 내 생각 등

나의 부분이 확장되고 늘어나야 하지만

출세간에서 인정받으려면

무소유, 무집착, 청빈과 가난 등의 정신으로써

나라는 상을 타파하고 에고를 소멸시켜야 한다.

 

그렇다면 현실의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일까?

명상적인 삶을 살기 위해, '내가 작아지는 즐거움'을 위해,

아상의 타파와 무소유를 위해 모든 것을 버리고

출가를 하거나 아무것도 행하지 않아야 하는 것일까?

 

과연 무엇이 옳은 것일까?

내가 작아지는 즐거움인가?

내가 확장되는 즐거움인가?

그러나 이 두 가지는 진리의

서로 다른 표현 방식일 뿐 서로 다른 것이 아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다른 길 같지만

사실은 도착해야 할 목적지는 같다.

히말라야를 오를 때 동쪽에서 출발하는 사람에게는

서쪽으로 오르라고 말해주어야 하지만

 

서쪽에서 출발하는 사람에게는

동쪽으로 향하라고 해야 하듯

서로 다른 길을 가라고 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 궁극의 방향은 같은 지점을 향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나에 대한 집착을 비우되

마음껏 자기다운 삶을 드러내고

주어진 삶을 창의적으로 연주하는

'내가 확장되는 즐거움'의 길을 따라가 보자.

 

 

 

 

 

 

“금강경”에서는 아상(我相)을 타파하라고 말한다.

“아함경”의 가르침에서는 무아(無我)를 깨닫는 것이야말로

진리에 이르는 길임을 설하고 있다.

아상이라는 것은 고정된 실체가

아니기 때문에 집착할 가치가 없다.

 

그런데 아상타파의 가르침을 일부 왜곡되게

해석하거나 받아들이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무아, 무심(無心), 무상(無常), 무집착(無執着), 무소유를 말하는

불교의 공(空) 사상을 허무주의라고 폄하하는 이들도 있다.

 

또한 실제 불자들 사이에서도 불교를 공부하면

집착도 다 버려야 할 것 같고,

성공도 별 의미가 없는 것 같고,

모든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진다고 하소연하기도 한다.

그야말로 공에 치우친 것이다.

 

그래서 중도의 가르침이 필요하다.

불법을 공부하는 이들에게 중도의 가르침이야말로

자칫 어느 한쪽에 치우칠 수 있는

어리석음을 타파해주는 귀한 가르침이 된다.

 

수행자나 명상가들은 집착을 버리고 아무런 욕심 없이

말 그대로 조용히 살아야 하는 것일까?

성공도 하지 말고 바라는 것도 다 버린 채

도시가 아닌 먼 시골에서 나를 드러내지 않으며

은둔과 청빈의 삶을 살아야 하는 것일까?

돈도 벌지 말고 가난하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그것이야말로 아상타파의 길이고,

소욕지족, 무아, 무상, 공의 길을 걷는 유일한 길인가?

그렇지 않다.

만약 그런 생각에 얽매여 있다면

그 또한 한쪽으로 치우친 것이다.

 

 

 

 

 

양쪽 다 상관없다.

마음에 걸림과 집착이 없다면

돈을 벌어도 좋고 청빈하게 살아도 좋다.

중요한 것은 어느 한쪽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지 성공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이 세상에 온 이유가 무엇일까?

'나'라는 모습을 띠고 세상에 태어나

삶을 살아가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 이유는 귀의(歸依)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내가 나온 본연의 귀의처로 되돌아가 의지하기 위함이다.

 

본래 자리인 깨달음, 자비, 지혜의 근원적인 고향으로

돌아가는 여정이 바로 삶의 목적이요, 이유다.

즉,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통해 깨닫고, 성장하고,

배우기 위해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주어진 삶을 자기답게 살아나감으로써

마땅히 배우고 성장하고 깨달아야 하는 것이다.

진정 나를 가슴 뛰게 하고 행복하게 하는

자기만의 목적과 사명이 누구에게나 있다.

 

우리가 할 일은 바로 자기다운 일에

열정을 가지고 무위로써 해나가는 것이다.

움츠러들고 허무주의에 시달려

삶의 에너지를 낮출 필요는 없다.

 

진정한 공과 무아, 아상타파의 정신은

삶이 무의미해지거나 허무주의에 사로잡히는 것이 아닌

순수한 열정과 함이 없는 노력으로써

가슴 뛰는 자신의 삶을 연주해내는 데 있다.

 

이처럼 누구나 이번 생에 주어진 자신만의 삶의 길이 있다.

물론 그것이 반드시 거창할 필요는 없으며

꼭 직업으로 선택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삶을 찾아내

독자적인 자신의 길을 걷는데 있다.

 

 

 

 

 

 

모르겠다면 잠시 삶을 돌아보라.

삶은 끊임없이 힌트를 보내주고 있다.

내 안의 진리에서 보내는 신호 또는 상징을

아직 발견하지 못한 사람도 있겠지만

분명 자신에게 집중하면 저마다의

'자기다운 일'을 발견해낼 수 있을 것이다.

 

어떤가. 지금 생에 태어난 이상,

무언가를 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성공하려면 성공을 위해 도전해보라.

사업을 하는 것도 좋고, 친구를 사귀는 것도 좋으며,

사랑을 하는 것도 좋고, 무언가를 배우는 것도 좋다.

 

무엇이든 마음을 움직이게 하고, 자신의 가슴을 뛰게 하고,

시간 가는 것을 잊을 만큼 저절로 삼매에 들게 되는,

바로 그것을 저질러 행하라.

 

만약 그것을 행하다가 실패했다면

그저 미소를 보내고 다시 일어서라.

그것은 실패가 아니라 실패를 가장한 성공일 뿐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

두려움과 집착 없이 행하는 데서 큰 힘이 붙는다.

성공과 실패를 통해 동시에 깨닫겠다는 각오를 하라.

 

가슴 설레는 자기만의 삶을 연주함으로써

'내가 확장되는 즐거움'을 마음껏 누리라.

무언가를 하고 싶은 생각이 일어났다면

그것이 바로 내가 해야 할 삶의 몫이다.

 

그것이 바로 내 삶의 의미이고 목적이다.

바로 그것을 적극적으로 행하라.

판단하고 계산하지 말고

무언가를 해야겠다면 저질러 행하라.

 

그것을 통해 내가 이 기회에

배워야 할 것들을 마음껏 배우고 넘어가라.

 

--- 법상스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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