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길 동무 / 이 길 옥

덕 산 2012. 6. 19. 09:54

    

      

 

 

     첫 발을 옮겼을 때

     쏟아 붓던 환호와 박수 속에 파닥이던 빛에서

     위태로운 내일이 웃고 있었다. 

 

     지천으로 깔린 길을 하나 골라잡아

     흔들림 없기를 염려하던

     내 어머니의 아린 가슴에서 피던 꽃은

     꺼져가는 기억의 구석으로 풀이 죽어 시들고

     애써 부족함을 덮으려는 웃음을 꺼내며

     구차한 변명의 손을 내밀고 몸부림치지만

     어둠의 골만 깊어 간다.

 

     어둠의 치맛자락에 감싸여

     숨 막히는 가슴 복판에 꽂을 불씨 하나

     말없이 건네줄 따뜻한 손길 그리운 날.

     세찬 바람에 얼굴 할퀴며 나서는 삶의 길목에서

     색 바랜 정의 속살이라도 나누어 줄 작은 배려가 그리운 날.

     내게 살며시 다가온 것은

 

     내 발걸음 따라

     살포시 웃음 하나 건네 준 것은

     잡초 더미에 묻혀 피는 들꽃

     눈치 보지 않고,

     굴하지 않는 끈질긴 네 근성이

     나의 영원한 길동무다.

 

'좋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 향 /노천명  (0) 2012.06.19
꽃 이름 외우듯이 / 이 해 인   (0) 2012.06.19
부 부(夫婦)  (0) 2012.06.19
인생 8'苦(八苦) . . .  (0) 2012.06.18
차 한잔과 좋은생각  (0) 2012.0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