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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 김용택

덕 산 2012. 8. 28. 15:54

 

 

 

 

    산  

              - 김용택 -

 

 

강물을 따라 걸을 때

강물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네

인생은 이렇게 흐르는 거야

 

너도 나처럼 흘러봐

하얗게 피어있는 억새 곁을 지날 때

억새는 이렇게 말했네

너도 나처럼 이렇게 흔들려 봐

 

인생은 이렇게 흔들리는 거야

연보라색 구절초 곁을 지날 때

구절초 꽃은 이렇게 말했네

인생은 한번 피었다가 지는 꽃이야

 

너도 나처럼 이렇게 꽃 피어봐

커다란 느티나무 아래 지날 때

느티나무는 이렇게 말했네

인생은 이렇게 뿌리를 내리고

그 자리에서 사는 거야

너도 나무처럼 뿌리를 내려 봐

 

하늘에 떠 있는 구름 아래를 지날 때

구름은 나를 불러 이렇게 말했네

인생은 별 게 아니야

이렇게 허공을 떠도는 거야

너도 정처 없이 떠돌아 봐

 

내 평생

산 곁을 지나다녔네

산은 말이 없네

한마디 말이 없네

 

--- 김용택 님의 詩集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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