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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이 돌아가는 길 / 박노해

덕 산 2012. 7. 17. 22:12

 

 

 

 

 

 

굽이 돌아가는 길 

                      - 박 노 해 -

 

 

올곧게 뻗은 나무들보다는

휘어 자란 소나무가 더 멋있습니다.

 

 

똑바로 흘러가는 물줄기보다는

휘청 굽이진 강줄기가 더 정답습니다

 

 

일직선으로 뚫린 빠른 길보다는

산 따라 물 따라 가는 길이 더 아름답습니다

 

 

곧은 길 끊어져 길이 없다고

주저앉지 마십시오, 돌아서지 마십시오

삶은 가는 것입니다

그래도 가는 것입니다

 

 

우리가 살아 있다는 건

아직도 가야 할 길이 있다는 것

곧은 길 만이 길이 아닙니다

빛나는 길 만이 길이 아닙니다

 

 

굽이 돌아가는 길이 멀고 쓰라릴지라도

그래서 더 깊어지고 환해져 오는 길

서둘지 말고 가는 것입니다

 

 

서로가 길이 되어 가는 것입니다

생을 두고 끝까지 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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