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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말고, 네 얼굴 / 임찬일

덕 산 2012. 6. 17. 09:53

 

 

 

알고 말고, 네 얼굴 / 임찬일

 

 

옛 친구한테서 전화가 걸려 왔다

함께 다녔던 국민학교를 들추어내고

그때 가까이서 어울렸던 친구의 이름도 떠올리고

그제서야 자기가 아무개라며 나에게 묻는다

 

기억이 나느냐고

이것저것 지난 세월에 묻은 흔적을 증거삼아

비로소 서로를 확인하는 이 낯선 절차

그래, 물 같은 세월 흘렀으나 거기에

비추듯 남아 있는 우리들의 코 묻은 얼굴과

남루했던 시절

 

흑백사진처럼,

아니 아니 눌눌하게 빛 바랜 창호지처럼

다소 낡은 모습으로 떠오르는 그 무렵의 일을

이제는 옛날이라고 싸잡아

네 이름처럼 불러야 되는구나

 

친구야, 오랜만이다 애들이 몇이고?

그래, 나랑 똑같구나 딸 하나 아들 하나라니 !

이 한통의 전화가 걸려 오기까지

삼십 년이나 걸려야만 했단 말이냐

 

서로 연락도 하고 언제 한번 만나자며

전화를 끊었지만 우리들의 기약은 다시 아득해지고

무슨 꿈결처럼 잊혀져서 나는 또

가물가물한 너의 얼굴을 영영 놓쳐 버릴지도 모른다

 

남은 것이라곤 적어 놓은 너의 전화번호

연락처를 알았으니 가끔 전화라도 하마

만나자, 만나자, 하다보면 그 말이 씨가 되어

이 세상 어느 한구석을 차지하고서

끊어진 것들 가슴속 이야기로 이을 날이 있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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