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베다
- 이 수 -
뉘엿뉘엿한 해 거름에 억새밭으로 갔다.
하늘거리는 코스모스를 뒤로하고 허리를 접는다.
억새의 가느다란 그리움 한 움큼 잡아 쥐고
가슴에 숨겨놓았던 낫을 꺼내어 모질게 베어본다.
가을을 벤다.
가을이 푸드득 푸드득 낙엽으로 떨어진다.
추수秋收,
가을을 베는 것,
사랑을 거두는 것
문득 허리를 펴 하늘을 바라보니
저녁노을에 젖은 서쪽 하늘이 마냥 슬프기만 하다.
가을은 자리에 드러누운 채 벤 상처를 쓰다듬고 있다.
가을은 벌써 아프다.
사랑도 아프다.
울고 있는 가을을 한 아름 가슴에 담아보았다.
세상에 상처 없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가을 사람들은 모다 억새가 된다.
억새지 못한 가을은 혼자 울고 있다.
그리워하다가 슬퍼하다가 벤 아픔을 안고 드러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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