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비꽃 한 가족 / 유소례
지하도 시멘트벽 아래
당돌하게 문패 하나 달고
애써 웃음 띤 아침상이 시리다
오스스 떠는 긴 모가지 가누며
할매 아배 어매는
아들 딸의 바람막이 되어
봄냄새에 햇빛을 비벼
피란살이 외로움 꾸역꾸역 삼키고 있다
빌딩숲에 갓 매장된 고향
너의 풀꽃종자들 뿔뿔이 흩어져
오직 제비꽃 한 가족만
척박한 시멘트 틈 사이
모래 몇 알 딛고
보라 얼굴 눈썹에 이슬이 가엾구나
하필이면
이 거리, 이웃 없는 외톨이
보릿고개 어찌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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