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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꽃 한 가족 / 유소례

덕 산 2025. 4. 26. 06:16

 

 

 

 

 

제비꽃 한 가족 / 유소례

 

지하도 시멘트벽 아래

당돌하게 문패 하나 달고

애써 웃음 띤 아침상이 시리다

 

오스스 떠는 긴 모가지 가누며

할매 아배 어매는

아들 딸의 바람막이 되어

봄냄새에 햇빛을 비벼

피란살이 외로움 꾸역꾸역 삼키고 있다

 

빌딩숲에 갓 매장된 고향

너의 풀꽃종자들 뿔뿔이 흩어져

오직 제비꽃 한 가족만

척박한 시멘트 틈 사이

모래 몇 알 딛고

보라 얼굴 눈썹에 이슬이 가엾구나

 

하필이면

이 거리, 이웃 없는 외톨이

보릿고개 어찌하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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