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락 / 고진하
돋올볕에 기대어 뾰족뾰족 연둣빛 잎들을 토해 내는
너의 자태가 수줍어 보인다.
무수히 돋는 잎새마다 킁, 킁, 코를 대보다가
천 개의 눈과 천 개의 손을 가졌다는
천수관음보살을 떠올렸다.
하지만 세상의 어떤 지극한 보살이 있어
천개의 눈과 손마다
향낭(香囊)을
움켜쥐고 나와
천지를 그윽하게 물들이는
너의 공양을 따를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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