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순교) / 서문원바오로
돋아난 가지마다
그림 같은 하얀 꽃
요기조기 피었구나
얽은 껍질 만지며
과연 고운 꽃 소생하려나
개화의 순간까지
못 미더워 살폈으련만
이윽고 봉오리 트고
하얀 잎 내밀며
야무진 꽃 자락
다소곳이 펼치니
창조주의 손길
오묘하심이여
너를 만나 새기누나
근데 그대는 어떻게
새잎도 나오기 전
꺼칠한 나무에
화사한 꽃 피웠느냐
네 모습 바라보려니
거슬러 그 옛날
님들 향내 그리워
그분들 꼿꼿한 나무 기풍
휘어지려니 부러지거라
흔들리기보다 무너져 지키리
차라리 스러지더라도
찰나라도 님 떠나지 않고
연약한 입술아
죄짓지 못하게
주님 계신 곳
어서 데려가소서
그리하여 원대로
바람꽃 일어나고
광풍노도 밀려와
낙화처럼 휩쓸리는데
어이해 자리 자리마다
난 데 없는 흰색 꽃
붉게 물든 백의에 솟아나
너의 고결한 기개
님 기리려 내렸는가
그분들 정절의 꽃
하늘님께 피어오르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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