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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 최영호

덕 산 2024. 6. 12. 13:41

 

 

 

 

 

여름 / 최영호 

 

여름이 익어가면 처녀 엉덩이에

총각 들러붙듯 뜨겁게 달아오른다

후끈하면 후끈할수록

가을의 열매는 달고 시원하다

 

몽돌 재잘재잘 파도와 수다를 떨고

해찬솔 가지마다 뜨거운 햇살을 받으며

소오올 방울방울 솔 씨 품고

두 팔 벌려 더위를 안고 있구나

 

그늘에 앉은 이름 모를 들꽃 하나

미자, 춘자, 순자..

제일 이쁜 웃는 여자

그녀는 "웃자" 들꽃의 이름이다

 

여름이 웃는다. 웃어야 이쁘다

더워서 웃는다. 더워야 익는다

그녀가 웃는다. 들꽃이 이쁘다

여름이 좋은가보다 벌거벗고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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