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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찮은 초여름 / 권오범

덕 산 2024. 6. 11. 09:27

 

 

 

 

 

심상찮은 초여름 / 권오범 

 

초목들 건강을 위하여

태양이 제가 낳은 그림자를

최대한 끌어당기자

아가씨들 옷이 덩달아 짧아졌다

그냥이 아니고 더러 경쟁적으로

야들야들한 속

적나라하게 들어내고 싶어

철딱서니 없게 안달한다는 것

허술한 매무새 피할 수 없어 훔쳐본 날부터

눈치 빠른 하늘 벌써 죗값 결정했는지

비틀지도 않고 은근히 몸 쥐어 짜

갈수록 더 호졸근해지는 마음

예년에 비해 터무니없이 서두르는 것이

아마 부여받은 기간 내내

가마솥 여물처럼

속속들이 삶아대려고 작정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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