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초여름 / 권오범
초목들 건강을 위하여
태양이 제가 낳은 그림자를
최대한 끌어당기자
아가씨들 옷이 덩달아 짧아졌다
그냥이 아니고 더러 경쟁적으로
야들야들한 속
적나라하게 들어내고 싶어
철딱서니 없게 안달한다는 것
허술한 매무새 피할 수 없어 훔쳐본 날부터
눈치 빠른 하늘 벌써 죗값 결정했는지
비틀지도 않고 은근히 몸 쥐어 짜
갈수록 더 호졸근해지는 마음
예년에 비해 터무니없이 서두르는 것이
아마 부여받은 기간 내내
가마솥 여물처럼
속속들이 삶아대려고 작정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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