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을 지나며 / 목필균
마른 잎 한 장 매달린 은행나무
한 해의 쪽수를 넘기려면
저런 안간힘으로 아쉬움을 버텨야 한다
세상살이 점점 어렵다는 이즈음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면
동굴 속처럼 어둠이 고인다
그 어둠 속에서
말갛게 떠오르는 얼굴
흔들리는 촛불처럼
그리움이 술렁거린다
내리막길 가파르게 내달리다
주춤주춤 잠시 쉬어가는 길목에서
드문드문 전해지는 안부
내년에는
후미진 골목 식당에서라도
밥 먹는 기억을 만들 수 있을까
가렸던 두 손 내려놓으며
무디게 12월을 건너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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