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 김영호
평생 그리워하다가 아파하다가
산비탈 위로 제 집처럼 올라가 누운 사람
저의 집은 죽어서도 바람이라고
굴러야 정신이 되고
부서져야 몸이 된다 한다.
살아서 그러했듯
맨발이라야 더 먼 길 간다고
빈손이라야 더 먼 길 간다고
빈손이라야 가득하다고
눕지도 앉지도 못하는 속병환자,
가을이면 대문안을 들었다 나왔다 하듯
이승과 저승 사이
더 갈 수도 돌아 설 수도 없는 우리처럼
마음뿐인 희망인걸,
늘 덧문까지 잠긴 사람들의 눈
그 밖에서 발을 구르는
이 사철이 겨울인 나라
내일은 더 추운 나라,
그 안에 그렁그렁 가래가 끓는
한 무명시인의 구겨진 원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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