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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 송찬호

덕 산 2023. 10. 29. 08:48

 

 

 

 

 

가을 / 송찬호 

딱! 콩꼬투리에서 튀어나간 콩알이 가슴을 스치자,

깜짝 놀란 장끼가 넌너편 숲으로 날아가 껑, 껑, 우는 서러운 가을이었다

딱 콩꼬투리에서 튀어나간 콩알이 엉덩이를 때리자,

초경이 비친 계집애처럼 화들짝 놀란 노루가

찔끔 피 한방울 흘리며 맞은편 골짜기로 정신없이 달아나는 가을이었다

멧돼지 무리는 어제 그제 달밤에 뒹굴던 삼밭이 생각나,

외딴 콩밭쯤은 거들떠 보지도 않고 지나치는 산비알 가을이었다

내년이면 이 콩밭도 묵정밭이 된다 하였다

허리 구부정한 콩밭 주인은

이제 산등성이 동그란 백도라지 무덤이 좋다 하였다

그리고 올 소출이 황두 두말 가웃은 된다고 빙긋이 웃었다

그나저나 아직 볕이 좋아 여직 도리깨를 맞지 않은 꼬투리들이

따닥따닥 제 깍지를 열어 콩알 몇 낱을 있는 힘껏 멀리 쏘아부치는 가을이었다

콩새야, 니 여태 거기서 머하고 있노

어여 콩알 주워가지 않구 다래넝쿨 위에 앉아 있던 콩새는

자신을 들킨 것이 부끄러워 꼭 콩새만한 가슴을 두근거리는 가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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