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비 / 이정록
단 한 번의
빗나감도 없이
오직 정타뿐이어서
벌레 한 마리
다치지 않는
저 참깨 터는 소리
불길 헤집던 부지깽이가
나이테도 없는 빈 대공을
어루는 소리
골다공증의 뼈마디와
곳간 열어젖힌 꼬투리가
긴 숨 내쉬는 소리
비운 것들의
복주머니 속으로만
저 초가을 빗소리

'좋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가을 바다 / 김달수 (0) | 2023.09.15 |
|---|---|
| 가을이어라 / 이진기 (2) | 2023.09.14 |
| 익어가는 가을 / 이해인 (0) | 2023.09.12 |
| 초가을 시골장 / 서봉교 (0) | 2023.09.11 |
| 초가을 사색 / 박소정 (0) | 2023.09.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