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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 / 이정록

덕 산 2023. 9. 13. 16:43

 

 

 

 

 

가을비 / 이정록
 

단 한 번의
빗나감도 없이
오직 정타뿐이어서 
 
벌레 한 마리
다치지 않는
저 참깨 터는 소리 
 
불길 헤집던 부지깽이가
나이테도 없는 빈 대공을
어루는 소리 
 
골다공증의 뼈마디와
곳간 열어젖힌 꼬투리가
긴 숨 내쉬는 소리 
 
비운 것들의
복주머니 속으로만
저 초가을 빗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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