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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비 / 최다원

덕 산 2023. 6. 27. 15:53

 

 

 

 

 

장마비 / 최다원

 

밤새워 소낙비가 장대처럼 내렸다

선잠을 깨우던 시원스런 빗소리는

아름다운 선율로 다가와

가슴을 풀어 주고

더위를 가져가고

번개를 데려와 폭죽처럼 하늘을 가를 듯 번쩍인다.

그림을 그릴 수 없는 우요일의 한가로움

헤이즐넛 향기를 입안 가득 채우고 음미하며

밀린 독서를 모처럼 즐기겠다

며칠 전 집 전체에 방수공사를 했으니

빗물이 들어오진 않을 것이고

틈새를 노려 스며들던 화실 외벽마저

코킹으로 모두 발랐으며

화단가득 심어둔 꽃들이

타던 목을 축이겠구나 생각하고

회심의 미소를

안면가득 담아 보던 순간

장마 비에 둑이 무너져

살던 집들이 잠기고

하우스가 무너지고

우사와 축사가 쓰러져 모두 달아나 버렸다는

기사가 생각이 나서 순간 가슴이

뜨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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