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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월 / 김복수

덕 산 2012. 10. 11. 16:45

 

 

 

          세   월  


                   - 김 복 수 -



나에게 세월이라는 것이 있는 줄 몰랐다

그냥 하루하루 사는 것이 생(生)의 뜻이려니 하였다


철모르는 바람이 길을 나선 것이다

산을 넘고 강을 건너 들판을 헤매다


다시 옛집에 돌아와 툇마루에 걸터앉자 둘러보는 것이다

추녀 끝에 매달린 세월이 곰삭은 체 그대로 대롱거리고

아직도 꿈은 열린 체 그대로다


아무래도 서둘러 온 것이 아닌가 생각하여 보건만

세월이 너무 늦게 돌아온 것이라고 귀띔한다


그러나 쉬었다 가자

그리고 한바탕 웃어 재끼자

아쉽고 허전하다고 뒤돌아본들 눈물뿐이 더 있겠느냐


높은 것도 큰 것도 대단한 것도 아니다

별것도 아무것도 아닌 아주 작은 것이다

이렇게 곁에 나란히 앉자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 서야 속 옛말을 하는 것이다

세월 이제 너 먼저 보내주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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