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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숲의 풍경 / 구연배

덕 산 2022. 8. 28. 14:51

 

 

 

 

 

나무를 잡고 우는 바람 소리인지

바람을 잡고 우는 나무 소리인지

마음을 잡아당기는 낭자한 소리

 

생비늘 같던 낙엽과

풍경을 흔들어놓기 일쑤인 바람이

그늘을 내려놓고

적요를 빚고 있다

 

철새들 떠나고

풀벌레 사라진 골짜기에서

생 이끼를 얹고

찬 물에 발을 씻는 바위의 침묵을

한 모금 마신다

 

꽃 피는 아침과

꽃 지는 저녁을 함께한 씨앗들도

제 갈 길로 가버리고

마음의 뿌리만 남아

 

기다림을 믿고

시간과의 싸움을 끝내면

바람도 잎도 다시 오겠지

 

물관을 닫고 빈 몸이 된 나무에

귀를 대면

나이테를 감는 비밀한 시간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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