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기분 좋은 날

덕 산 2022. 4. 21. 11:52

 

 

 

 

 

기분 좋은 날

 

지난 주말 고향에 다녀온 뒤...

처형이 생선과 야채 등 차에 가득 실어준 재료들로

집사람이 이런저런 다양하게 음식을 만들고 있다.

난 양파껍질 벗기고 대파 다듬는 보조 역할하고...

옥상에서 가꾼 채소도 음식 만드는데 도움을 준다.

 

품목이 많다보니 조리하는데 두 서너 시간이 소요되었다.

아구탕, 홍어회, 건어물 밑반찬, 봄나물 등...

몇 가지 종류인지 대형 쇼핑가방 두 개에 가득하다.

 

사위가 깁스하고 집에 있어...

이따금 반찬을 만들어 보내주지만 집사람이 더 신경을 쓰고 있다.

딸내미가 말괄량이 손주 녀석들과 사위까지 살펴줘야 하니까

딸내미가 염려되어 반찬을 더 많이 만들고 있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는데 딸내미네 까지 시간이 많이 소요될 것 같아

서둘러 출발하는데 평일 오후시간에 차량은 왜 그리 많은지...

하늘은 맑고 도로변엔 온갖 봄꽃들이 만개하고...

딸내미 아파트에 가까이 갈수록 녀석들이 학원에서

집에 와 있을 시간이라 설레이며 만남이 기대된다.

 

자식이 결혼하면 부모역할을 다 한 것 같은 기분인데

부모 삶의 굴레에서 자식은 벗어나지 않는다

부모 자식 간 혈연의 관계이기 때문에 땔 수 없는 인연이다.

 

딸내미 아파트 근거리에서 신호대기 중 전화했더니

딸내미가 주차장에 나와 있다.

몇 개월에 한 번 씩 찿아 오는데 넓은 지하주차장 표지판은

왜 그렇게 작은 글씨로 붙여놨는지 올 때 마다 미로에 온 기분이다.

 

 

 

 

 

 

손주 녀석들이 뛰어나와 반겨주고 사위는 목발로 걸어 나온다.

한참 성장하는 손주 녀석들은 볼 때 마다 자란 것 같다.

둘째 녀석이 손에 작은 돌을 쥐고 “할아버지 선물” 이라며 건네준다.

 

잡석인데 둥글고 쿠키 모양을 하고 있다.

캠핑을 자주 다니는데 아마 물이 흐르는 계곡에서 주워 온 듯...

옥상에서 다육이와 바위솔을 키우며 화분위에다

옥석, 차돌, 흑석, 잡석 등을 올려놓은 것을 관심 있게 보고

캠핑가서 나름 예쁘다고 생각되어 할아버지에게 주려고 가져왔다.

 

“고맙다 예쁘구나 화분위에다 올려줘야겠다” 라고 말하자

녀석에 좋아하며 만족해하는 표정이다.

딸내미는 손주 녀석이 “할아버지한테 칭찬 받고 싶어서 가져왔다”고 말한다.

녀석이 옥상에 올라가 다육이 하우스에 들어가고

올 때마다 매 번 옥상에 가고 싶다며 올라가더니...

아무래도 녀석이 내 취미와 닮은 것 같다.

 

 

 

 

 

 

살며... 취미생활이나 관심분야에 공감하는 사람과 의사소통이 되고

상호 의견교환 하면 좋은 지식을 얻어 도움이 된다.

동네 이웃분들이 다육이와 바위솔을 구경하러 오시고

“어떻게 관리해야 잘 키울 수 있느냐?”고 질문도 하신다.

 

생각지도 않았던 손주 녀석의 선물에 할아버지에 관심을 줘서

매우 기쁘고 기특하다.

녀석의 이름을 써서 다육이 화분에 올려놓았다.

큰 손주가 서운해 하지 않도록 큰 손주 이름도 적어주고...

녀석들이 다육화분 위에 이름을 보면 캠핑 가서 또 다른 돌을 가져오겠지?

작은 돌맹이 선물 받고 아이처럼 기분 좋아지는 날이다.

 

- 2022. 4. 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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