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이야기

4월의 애상(哀想)

덕 산 2021. 4. 17. 15:02

 

 

 

 

 

4월의 애상(哀想)

 

예년 보다 포근한 봄 날씨가

온갖 꽃들의 개화시기를 앞당겨

산야가 꽃 잔치하고 있는데...

 

봄비치고는 많은양의 비가 내린 토요일...

일요일 오후까지 도출 계단이 젖어 있는 곳이 있었던지

아들 녀석이 슬리퍼를 신고 계단을 내려가다

발을 헛디뎌 굴러 넘어져 다리를 다치게 되었다

 

밤 9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

가까운 종합병원 응급실에서 엑스레이를 찍었으나

뼈가 골절되지 않았다고 다친부위에 반깁스와 약만 받아 집으로 왔다

20년 전 다친 부위라 걱정이 되고 회사 출근 문제 등도 염려되어

뜬 눈으로 날이 밝기를 기다려 병원으로 갔다

 

정형외과 의사는 녀석이 다리 통증 때문에 진료 받는 의사다

엑스레이를 보고 나서 “다리가 많이 부어 있으니 정확한 검사 후에

치료하자고 MRI와 CT를 찍으라”고 말해서

병원 별관 영상실에서 MRI와 CT를 찍고 집으로 돌아왔다

 

화요일은 담당 의사가 진료가 없는 날이라 목요일에야 MRI와 CT 결과를 알 수 있었다

전에 골절되었던 부위가 알아듣기 쉬운 표현으로 뼈가 어긋났다고 말한다

전문 용어로 “중골 골절 관혈적정복술 및 내고정술”이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의사는 입원 후 부기가 가라 앉으면 수술 일정을 잡겠다고 말한다

 

녀석이 회사에 제출할 진단서 내용은 8주 진단에 추가로

합병증, 후휴증 발견 시 추가 진단이 요구된다는 내용이다

 

 

 

 

 

병원 내 의료기 판매점에서 목발을 구입하고 병가 신청하기 위해 녀석의 회사로 향했다

왼발을 다쳤으면 운전할 수 있는데 오른발이라 내가 동행하였다

회사 부장님과 팀장님을 만나 진단서 제출하고 2개월 병가 신청하였다.

 

회사의 직원이면 자기 업무에 주인정신으로 자부와 긍지를 가지고

열정적으로 본인의 업무를 수행하는 게 직장인의 옳은 자세이다

회사 업무처리 중 다친 것도 아니고 집에서 다쳐서 미안한 마음 표현하기 어려웠다

부장님과 팀장님은 싫은 소리 한 마디 하지 않고

오히려 걱정해주며 녀석에게 빨리 회복하라고 말해준다

 

병가 신청 후 입원하기 위해 병원으로 가는 길 내내 침통한 마음이 짖누른다

평상시 다리가 불편해서 동료들의 도움과 회사의 배려로 근무하고 있는데

장기간 출근할 수 없으니 회사에 누를 끼쳐 죄송한 마음이다

녀석도 마음이 편치 않은지 아무 말이 없다

 

부기가 다 빠지지 않았지만 사고 후 8일이 지나서 수술하게 되었다

수술실 앞 대기실에서 기다리라는 직원의 안내에 모니터만 바라보며 애태우는데

수술준비 중, 수술 중, 회복 중 이렇게 진행 과정을 안내한다

수술 준비부터 회복까지 무려 세 시간이 소요되었다

 

담당 의사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하고 싶은데

병원 건물 구조상 의사를 만날 수 없어서

다음 날 회진 시간에야 수고했다는 말을 할 수 있었다.

 

 

 

 

 

 

오늘 회진 시간에 앞으로 열흘정도 지나야 실밥을 뺄 수 있다고 한다

생각했던 것 보다 느리게 진행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의사 회진 시 동행하는 간호사에게 수술하며 뼈를 고정하기 위해

핀(못)을 몇 개 사용했는지 알고 싶다고 말하자

간호사는 친절하게 모니터로 수술 부위를 보여주며 8개 핀을 심었으며

1년 후에 제거 수술을 하게 된다고 말한다

 

금년 4월은 재작년 이승을 하직한 막내 동생과 매제의 기일이 있고

아버지와 백부님의 기일까지 네 번의 기일이 있는 달이다

핸드폰 카렌다에 기일을 저장해 두고 이따금 읽어보곤 하면서 생활했는데

녀석의 사고로 정황이 없어 기일이 모두 지나버렸다

미안한 마음에 여동생과 막내 동생의 큰조카에게 전화해서 수고했다고 말해주었다

 

녀석이 다친 게 벌써 2주가 지나갔다

나와 집사람이 녀석에게 집중하다 보니 다른 일상은 아예 없는 것 같이 생활하고 있다

아직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해서 돌봐줘야만 움직일 수 있어

밤에는 내가 돌봐주고 주간에는 집사람이 돌보고 있다

2개월 후에 정상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지 여부도 아직은 불투명하다

 

정황없이 지난 2주 사이에 아름답던 꽃들이 모두 낙화되고

병실 맞은편 산자락에 영산홍 꽃이 만개한게 보인다

산야는 나무 이파리와 풀들이 연두색과 초록색으로 물들어 있다

푸르러 가는 산야가 꽃 보다 더 아름답게 보인다

 

4월의 애상(哀想)과 연관해서 떠올리게 하는 아들 녀석의 사고에

“왜 4월은 우리 집안에 악령이 되었나?” 하는 의문이 생긴다

평상시 불편한 다리가 더 악화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녀석이 빨리 건강을 회복하고 정상적으로 회사업무 수행할 수 있기를 고대한다

 

어느새  하순이 다가 오고 있다

이제 5월이 되면 산야는 녹음방초(綠陰芳草)가 되어 푸르름이 더해간다

가족의 건강이 집안의 평안을 가져 다 주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하는 4월이다.

 

- 2021. 4. 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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