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낙엽을 밟으며 / 박인걸
황갈색 잎들이 너부러진
겨울 산 비탈길을
낙엽에 발을 묻고 걸으며
깊은 생각에 잠긴다.
짧은 삶을 짙푸르게 살다
일제히 쏟아졌지만
낙엽은 죽은 것이 아니라
아직도 숨 쉬고 있다.
제 몸을 흰 눈에 버무려
긴긴 겨울을 나면
발효된 잎들은 거름으로
숲의 양식이 된다.
주고받고 또 주는
섬김의 원리가
억수만년 숲을 지탱하는
생명력이었으리.
생성과 소멸의 순환 법칙이
시계 태엽처럼 감겨있어
일정하게 돌아가는 자연 섭리에
나그네는 그냥 놀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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