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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을 밟으며 / 박인걸

덕 산 2025. 11. 10. 17:45

 

 

 

 

낙엽을 밟으며  / 박인걸

 

황갈색 잎들이 너부러진

겨울 산 비탈길을

낙엽에 발을 묻고 걸으며

깊은 생각에 잠긴다.

 

짧은 삶을 짙푸르게 살다

일제히 쏟아졌지만

낙엽은 죽은 것이 아니라

아직도 숨 쉬고 있다.

 

제 몸을 흰 눈에 버무려

긴긴 겨울을 나면

발효된 잎들은 거름으로

숲의 양식이 된다.

 

주고받고 또 주는

섬김의 원리가

억수만년 숲을 지탱하는

생명력이었으리.

 

생성과 소멸의 순환 법칙이

시계 태엽처럼 감겨있어

일정하게 돌아가는 자연 섭리에

나그네는 그냥 놀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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