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정록 가을 / 정정록
웅굴배미 무논
쓱삭쓱삭 낫 가는 소리에
놀란 메뚜기떼 줄행랑치고
황금들녘
속없는 참새떼는
우르르 몰려다니며 알곡만 축내더니
세경부터 저울질하는 어수룩한 허수아비
겉보다 속이 꽉 찬 녀석
헐렁한 큰 키로 주인마님이고 온
새참 광주리 속 탁배기에 눈독 들이고
밤 낮 흙 담만 기어오르던
애호박 넝쿨 다시 내려올 생각은
애당초 없었나 보다
저 물 녘
할매 손에 끌려온 흑염소 세 마리
사립문 앞에서
목줄 풀고 도망가던
그리운 내 고향 웅굴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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