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 안영희
1
꽃장수의 수레가
내 방 창 밑으로
화분을 가즈런히 부려 놓은 아침
햇살과 눈시울에 물들어 오는
철쭉 꽃빛
네가 보고 싶어
나는 돌아서서 열무김치를 담갔다
우우우, 일어서는 그리움의 새 순들 분질러
소금을 지르고
칼을 들어 풋고추 파 마늘 잘게 다졌다
톱밥처럼 썰어
속으로 삭이는 이 안간힘
꽃빛의 고춧가루 한 사발 퍼담아
이 봄날 나는 열무김치를 담갔다
2
열쇠 꾸러미를 풀고
그 중 큰 것을 골라
맨 처음 당신은
大地의 문에 꽂았다
강물 풀리고
마른 풀 숲 차고 오르는 할미새
그리고
우리들의 눈물에다
엷은 물감을
풀기 시작하는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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