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 송정란
바싹 마른 입술로
나뭇잎 하나 애절하게
자작나무 가지에 매달려 있다
곧 어디론가 떠날 듯한
몸짓으로 나무는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고개를 내젓고 있다
양재동에서 안양으로 가는 913번 좌석버스
차장 밖으로 이별을 기다리는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다
해마다 잎을 갈아치우는
나뭇가지의 완강한 팔뚝에
떨어지지 않으려고 악착같이
매달린 잎들이 모조리 소스라쳐 있다
더 이상 내줄 것 없는 막막함으로
온몸 바스라질 것 같은 눈빛으로
속이 다 삭아버린
사랑에 매달리고 있다
입을 앙다문
여윈 나뭇잎 같은 계집 하나,
바싹 마른 입술로
창 밖을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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