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 벌거숭이의 무지無知 / 淸草배창호
좋아하고 미워하는 것도
얽매임 없는 사람과 사람의 일인 것처럼
독불獨不의 동전 양면 낯빛처럼
아집으로 똘똘 뭉쳐 행간을 잃었으니
천둥이 우짖고 폭우가 벌거숭이처럼
삽시간에 토사의 범람으로 초토화를 이루는데
눈감고 귀 막은 밀당만 일삼고 있는
쳇바퀴의 부재에 뒤안길이 난망할 일이다
현실을 부정하는 미사여구에 뇌동雷同하는
짐짓 눈에 보이는 게 허당인데 모른다는 것은
양식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함에도
틀에 박힌 관념이 지혜롭지 못한 탓만 나무란다
생각을 돌이키면 말짱 도루묵일 것 같아도
눈먼 사랑도 아름답긴 매한가지인데
억구億舊스럽게도 아는 게 없어
낙조에 서성이는 흠결의 이내 마음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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