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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월, 그 소문을 벗기다 / 이효애

덕 산 2024. 7. 31. 08:04

 

 

 

 

 

팔월, 그 소문을 벗기다 / 이효애 

 

우거진 그늘 너럭바위 아래 물소리가 지친 황소의 혓바닥으로 흐르는

간월산 골짜기 태양이 독을 품은 독사처럼 불을 뿜어내는

꼬불꼬불한 임도를 따라 산길 오르는 볕의 이마로

물개 한 마리 산자락을 헤엄쳐 오른다.

태양처럼 붉은 산나리 꽃 물개의 바다를 내려다보며 회심에 미소를 보낸다.

 

팔월의 시간이 바람을 생산하는 비밀에 집을 두드린다.

밀집된 그늘이 열병에 걸린 도시를 끌어안고 광활한 여름을 걷어낸다.

화마에 벗겨진 물개의 잔등이 차디찬 면발로 흩날리는 낭떠러지에 파도가 출렁거린다.

팔월을 지주하는 폭포는 긴 여정 중이다

 

갈빛을 기다리는 억새 평원은 시야의 서쪽을 가리키며

재약산에 회임한 들꽃의 소문을 사자평에 퍼트린다.

땡볕에 감전된 신불산과 재약산은 헉헉거리다 은하의 물결로 일렁이는 억새밭 근처 능선을

훑어내리는 태양이 또아리 튼 오후 두시를 접어 옥류폭포 아래로 사라진다.

볕의 시체들이 우수수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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