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미화紫薇花 연가 / 淸草배창호
바람이 훑이고 간 옹이의 설은 자국에
층층시하 매단 가지마다
주름골 깊은 참고 기다린 세월의 무게를
지문처럼 새길 때면 불볕인들 어떠하리,
칠월에는 견우와 직녀의 오작교가 있듯
한해 한 번의 오롯한 연戀을 붙잡고자
하시라도 치성을 사르는 자줏빛 꽃망울,
한 꽃 한 잎마다 실로 넘볼 수 없는
처연함이 실로 눈부신데도
꽃이야 열흘이면 제 몫을 다하건만
초여름에서 시작한 그리움의 이변이
숯검덩처럼 까맣게 타게 하는
달무리 깊은 상념에 취해
백날을 더할 수 없는 그윽한 설렘으로
저물녘이 다하도록 베푼 시절 인연의
바보 같은 사랑을 차마 놓치고 싶지 않아
스친 애환이 닳고도 닳아
생애의 흔적조차 소멸해 가는
몸알의 반지름 한 저 상흔을 어찌하리,
한 송이 꽃을 피우기 위해
소쩍새는 밤새 그렇게 울었는지 모르겠다
정절을 꽃피운 도타운 자미화紫薇花 사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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