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운 글

평화로운 삶 / 법상스님

덕 산 2024. 7. 9. 15:24

 

 

 

 

 

평화로운 삶

 

어린 아이들은 천진무구합니다.

칼을 들이 대더라도 울지 않고, 불을 보더라도 뛰어 들곤 합니다.

그들에게 있어 모든 경험은 다만 경험은 다만 경험 그 자체일 뿐

좋고 싫은 것도 아니고, 옳고 그른 것도 아닙니다.

아무런 분별없이 다만 경험할 뿐입니다. 다만 느끼기만 할 뿐입니다.

 

어떤 한가지 신념에 대해 보다 확고한 경험을 반복적으로

많이 했을수록 그 신념은 더욱 깊어져 자기 안에서 진리처럼 받아들여집니다.

깊이 믿으면 믿을수록 그 신념으로 인해 상대와 부딪힐 일이 많아집니다.

 

그 어떤 진리라도 고집하고 집착하면 그것은 더이상 진리가 아닙니다.

진리는 유연하며 그 어떤 것에도 집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금강경]에는 '부처님 법에도 집착하지 말아야 할 것인데

하물며 법 아닌 것에 집착하겠는가' 하는 말씀이 나옵니다.

 

마음이 세상을 만들고, 마음에서 그렇게 믿는 것은

그대로 세상에서 나타나게 된다는 말입니다.

그러다 보니 신념이 그 경험을 만들어 낸 줄 모르고 자꾸 경험을 하니까

그 신념이 옳은 것인 줄 착각하는 것입니다.

신념이 만들어내는 경험은 참이 아닙니다.

 

신념을 또 다른 신념으로 바꿈으로 진리를 체험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다만 모든 신념 그 자체를 놓아버렸을 때 진리는 옵니다.

 

부처님은 모든 신념을 버리라고 하셨습니다.

그 어떤 견해나 경험에 대해서 '옳다' '그르다'하고 나누지 않아야 합니다.

신념을 가진다는 말은 어떤 한 가지 견해를 '옳다'고 고정 짓는다는 말입니다.

 

그 어떤 신념도 고정관념도 놓아버리십시오.

그리고 다만 바라보십시오.

그랬을 때 모든 참된 진리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 진리의 경험은 옳다거나 그르다거나 하는 분별된 모양이 아닙니다.

그 어떤 경험도 아무런 시비 분별이 없는 무차별의 지혜가 됩니다.

 

진리를 경험하지 못하는 못하는 이유는 분별하고 나누며

자신 안에 신념이라는 틀을 만들기 때문인 것입니다.

분별하지 말고 신념을 덮어씌우지 말고 다만 모든 분별을 멈추고

바라보기만 하십시오.

 

참된 불교적 정체성이라는 것은 활짝 열려있으며 어디에도 갇혀 있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불교적인 삶이고, 지혜로운 삶입니다.

 

부처님께서도 '원을 세우지 않는 자와 인연 없는 자는 교화하기 어렵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사람을 보거나, 경전의 피상적인 사건 하나하나를 가지고

그 전체를 판단하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부처님과 하느님은 분별이 없습니다.

당신들께서는 불교신자를 늘리고자 애쓰지 않고,

기독교 신자, 천주교 신자를 늘리는 데는 관심이 없으실 것입니다.

그 어떤 틀에 가두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진리는 어디에도 갇히지 않습니다.

늘 활짝 열려있는 자세를 취합니다.

 

자신에게 집착하고 자신이 만들어 놓은 견해에 집착하지 마십시오.

아집은 우리를 막다른 골목에 이르게 할 뿐입니다.

 

문제는 사람들에게 있습니다.

진리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관점과 해석이 피를 낳았고,

전쟁을, 분열을 낳았습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법신은 어떤 하나의 해석이 아닙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것은 해석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진리의 당체 그 그 자체입니다.

 

문제는 항상 사람에게 있습니다.

사람들의 분별과 관점과 해석 그리고 집착에 있습니다.

부처님도 하느님도 항상 진리의 빛을 한없이 비추고 계실 뿐입니다.

 

어떤 종교를 믿는 것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믿는가가 중요합니다.

어떻게 치우치지 않으며 활짝 열린 시선으로

온전하게 믿는가 그 점이 중요합니다.

 

집착을 버리는 것, 마음을 비우는 것,

이것이야말로 모든 종교며 사상에서 공통적으로 말하고 있는

공통적인 지혜의 일깨움이 아니겠습니까.

 

집착을 버리고 활짝 열린 마음으로 마음을 비웠을 때, 

바로 그 때 사랑과 자비는  한없이 넘쳐날 수 있습니다.

어느 한쪽에 집착하여, 그 한쪽만을 사랑한다면 그것은 참된 사랑이 아닙니다.

 

진리가 우리를 자유케 하는 것이지 진리에 대한 해석,

견해가 우리를 자유케 해 주지는 못합니다.

그렇게 나누는 것은 바로 우리들 인간입니다.

내가 해석한 대로의 가르침이 아니라,

하느님 그 자체가 진리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내 종교를 믿어야지만 구원을 받을 수 있고,

내 종교를 믿어야지만 해탈하고 열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아주 낮은 수준의 종교를 신행하는 사람입니다.

 

종교 지도자들이 가장 중점적으로 해야 할 일은,

내 종교 신자를 늘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진리답게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기를 기도해야 합니다.

어떤 종교를 믿든 그 종교를 참되게 믿도록 이끌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참된 자비의 마음, 사랑의 마음이 있다면 한결같이

'모든이'들을 '참된 행복'으로 이끌 수 있어야 합니다.

내 종교인들만 행복으로 이끌려는 마음이라면 그것은 참된 자비이며

사랑이라 할 수 없습니다.

 

어떻게 믿고 실천하는가 하는 그 행위가 중요할 뿐이지,

어떤 종교를 믿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참되게 믿으면 기독교를 믿어도 불교를 믿는 것이지만,

올바르게 믿지 않는다면 불교를 믿더라도 외도를 믿는 것입니다.

 

어떻게 믿고 신앙할 것인가. 어떻게 다른 종교인을 대하고,

다른 종교를  대할 것인가. 그것은 우리의 선택에 달려있습니다.

 

- 법상스님의 목탁소리 중에서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