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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비 내리던 날 / 박언지

덕 산 2024. 7. 8. 09:10

 

 

 

 

 

장대비 내리던 날 / 박언지 

 

배냇골 가는 길

800고지

운무에게 내어준

산허리에 장대비

후미진 계곡과 숲을

출렁이는 바다를 만든다

 

바람에 부서지는 적락운운

빗물 사이로

떠돌던

소나기의 회한인가

산꼭대기의 물상을 지운다

 

숲을 헤집고 길을 찾는

계곡물은

산허리를 껴안으며

수심을 모르는 바다가 된다

 

바다는 산사에서

가부좌 하고

오랫동안 염주를 돌리는

할머니의 회심곡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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