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님의 부부싸움 / 황인산
아 아 동포부락 주민 여러분,
오늘도 농사일에 을매나 고상들 많었슈.
해가 갯바닥으로 떨어진 지가 온젠디 밤늦은 시간에 왜 그러냐구유?
아, 우리 마누라가 집을 나갔슈.
낮이 민소에 들렸더니 마량 이장놈이
즌어 축제가 성공을 혔네 오쩌네 혔싸서 승질이 나잖유,
아 그려서 집이 오다가 칠성바위 지점집이서
풋고추 배 갈러 자하젓 늫구 막걸리 한 사발 허구 왔더니,
갈 일이 바뻐서 죽을래두 죽을 새가 옶넌디
술만 먹구 댕긴다구 지껄였쌓길래,
소가지 좀 냈더니 오디루 내뺐는지
이때까정 안 들오구 자빠졌네유.
아 빨리 겨 들오잖구 뭐혀.
자우당간 우리 마누라럴 본 사람은 보넌 즉시 신고혀야유.
간첩 신고는 112구 우리 마누라쟁이 신고는
즈이 집 즌화번호덜 알구 기시쥬?
만약시 혹여라도 숨겨주거나 보고도 신고럴 안 헌 주민은
지가 보기엔 빨갱이보다 더 나뿐 사람잉게 그리덜 아셔야겄습니다요.
아 그러구 이번 정부시책으로 주는,
그러니께 무상으로 주는 비료허구 농약을 받는디
상당헌 불이익얼 감수허셔야 될 것입니다유.
아 동포부락 이장인 지가 헐 일 옶어서
민소나 지웃대넌 줄 알믄 큰코 다쳐유.
다 우리 부락을 위해서 나댕기는 거유.
그걸 마누라나 주민 여러분이 알어주셔야 혀유.
아 이렇게 방송에 대구 왕왕대두 안 들오구 뭐허구 자빠졌댜.
재뜸 사부인 이번이두 숨겨주믄 재미 옶슈.
어 끄윽, 이렇게 지껄이다봉게 술이 좀 깨네유.
뫼재 큰아들눔아 너만 네 지집 끌어안고 자빠졌지 말고
임마 네 엄니 좀 찾아봐
네 애비 혼자 자긴 싫어 이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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