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 淸草배창호
물안개 머물다 간 날
천남성 꽃잎 같은 바다는
남실대는 신록이 미어지도록 터져서
이파리마다 청빈한 수혈로 넘쳐난다
하룻볕이 어디냐고 유난 떨어도
오뉴월 손 한번 담가
얼굴 한번 훔쳤을 뿐인데도
시리도록 맑아 쳐다만 봐도 통하는
거스를 수 없는 봄날의 저 너머
시시로 변하는 섭리에 달관한 득음을 놓듯이,
환희를 품은 무등 탄 찔레 꽃향기가
오롯이 파동치는 풀물 바람에 얹힌 오월!
네 닮기를 바라는 청보리 문양에서
꽃술에 머금은 이슬의 속삭임까지
마음껏 그리워해도 좋을 울먹울먹 띄고 있는
두근거리는 오월의 푸르른 날이 참, 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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