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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춘(早春) / 김희경

덕 산 2024. 3. 6. 09:09

 

 

 

 

 

조춘(早春) / 김희경 

 

빈 뜰이 새 빔을 준비하나 봅니다

바람의 기척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지난밤은 참 메마르게 추웠습니다

 

별이 옅어지는 걸 보니

지상의 눈들이 빛을 따가는 시간인가 봅니다

아직 밀리지 않아 용을 쓰는

바람의 수레 뒤에서

힘껏 밀어보고 싶어 좀 더 가벼워지기로 합니다

 

수척한 시간에도

막막한 시간에도

견딜 수 있었던 이유는 제각각 다르겠으나

긴 기다림이 벌이 아니라

축복임을 생각하는 시간은

흐린 눈을 비비며 자주 서성이게 합니다

 

바람이 밤새 바빠 보이더니

별을 하나 흘려두고 갔습니다

가지 하나가 낭창낭창 흔들립니다

수선 떨지 않고 바라보기로 합니다

 

아직 무거운 나의 눈이

그를 아프게 할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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