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전, 암보다 사망률 높아… 숨차고 다리 부으면 의심"
전종보 기자 입력 2023.11.13. 07:40
‘헬스조선 명의톡톡’ 명의 인터뷰
‘중증 심부전 명의’ 은평성모병원 순환기내과 서석민 교수
사람이 평범한 일상을 보낼 수 있는 건 쉬지 않고 ‘열일’하는 심장 덕분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몸의 모든 혈액은 심장에서 나와 몸 곳곳으로 흘러간 뒤 다시 심장으로 돌아오길 수없이 반복하고 있다. 이 같은 역할을 하는 심장이 심근경색증, 협심증 등 여러 원인에 의해 혈액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거나 혈액이 심장으로 돌아오지 못하면 피로감, 호흡곤란, 부종 등과 같은 문제가 생긴다. 이를 ‘심부전’이라고 한다. 중증 심부전으로 입원하는 환자의 경우 절반은 5년 안에 사망하며, 25%는 1년, 10%는 한 달 안에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치명적인 질환이지만, 여전히 증상을 인지하지 못해 뒤늦게 병원을 찾는 경우가 적지 않다. 중증 심부전 명의 은평성모병원 서석민 교수를 만나 심부전이 이토록 위험한 이유가 무엇인지, 또 어떻게 치료하고 예방할 수 있는지 물었다.
-심부전은 어떤 질환인가?
심장의 기능이나 구조에 이상이 있어 혈액을 공급하고 혈액이 다시 심장으로 들어오는 데 문제가 생긴 것을 뜻한다. 펌프 역할을 해야 할 심장이 제 기능을 못하다보니 여러 문제가 나타난다. 장기에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장기 손상이 발생하고, 심장으로 들어오지 못한 혈액이 저류돼 몸, 특히 중력의 영향으로 다리가 많이 붓는다. 혈류 이상으로 인해 피로함을 호소하기도 하며, 폐에 물이 찬 경우엔 호흡곤란도 동반될 수 있다. 호흡곤란의 경우 밤에 누워있을 때 숨이 차는 증상이 심해지는 것이 특징이다.
-심부전 환자가 계속 늘고 있는데?
전세계적으로 심부전 유병률은 적게는 1%, 많게는 2% 정도다. 건강보험공단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8년 기준 2.24%다. 이미 2018년에 2%를 넘어선 거다. 너무 놀라서 당시에 봤던 수치까지 정확하게 외우고 있다. 이유는 결국 나이다. 모든 병이 그렇지만 심부전은 특히 나이가 가장 큰 위험요인이다. 심부전을 일으키는 대표적 질환인 협심증, 심근경색증 등 관상동맥질환도 나이가 주요 원인이며, 부정맥, 고혈압, 판막질환도 마찬가지다. 한국 사회가 빠르게 고령화되면서 이 같은 질환을 앓는 환자들이 많아지고 심부전 환자 또한 증가하는 중이다.
-협심증·심근경색증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대동맥에서 처음 분지해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관상동맥이다. 협심증, 심근경색증과 같은 관상동맥질환은 이 같은 역할을 하는 관상동맥에 이상이 생기는 질환이다. 협심증은 깨끗했던 혈관 안에 콜레스테롤과 각종 염증 세포 등이 쌓이면서 혈관이 좁아진 것으로,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서 통증을 유발한다. 가만히 있을 땐 괜찮다가도, 운동을 하는 등 움직이면 혈액 공급량이 늘어나야 하는데 좁아진 혈관 때문에 충분한 혈류 공급을 못 받아 통증이 발생한다. 협심증을 방치하면 동맥에 있던 경화반이 터져 안에 있던 기름, 염증 세포들이 혈소판, 여러 응고인자들과 만나 혈전을 생성한다. 끈적끈적한 혈전은 혈관을 틀어막고, 이로 인해 혈액이 통하지 않으면 심장 근육이 괴사된다. 이를 급성 심근경색증이라고 한다. 협심증과 급성 심근경색증 모두 동맥 경화가 원인이다. 혈관이 서서히 좁아지는 게 협심증, 순간적으로 막히는 게 급성 심근경색증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심부전 고위험군이 있을까?
A~D로 나눠진 심부전 병기 중 A에 속하는 사람들이다. 현재 별다른 이상은 없지만, 심부전으로 진행될 수 있는 원인 질환을 앓고 있는 등 심부전 위험 요인을 가진 경우다. 관상동맥질환이 가장 위험하고, 고혈압, 당뇨병 환자나 심부전 가족력이 있는 사람도 위험군에 포함된다.
-심부전도 병기를 나누나?
물론이다. 미국심장학회 분류에 따라 A~D로 나눈다. A는 앞서 설명했듯 위험 요인만 가진 경우고, B는 심장의 기능이나 구조에 이상이 확인됐지만 아직 증상은 없는 단계다. 반면 C는 전형적인 심부전 증상이 있으면서 심장의 구조·기능 이상도 확인된 경우다. 심부전의 여러 증상이 나타난 상태면 C다. C에 해당하는 환자들은 치료에 반응하지만, D부터는 심부전이 많이 진행돼 일반적인 치료를 실시해도 호전되지 않는다. 심장이식이나 좌심실보조장치 등 기존 심장을 대체하는 치료가 필요한 단계다.
-심부전은 사망 위험이 높은 질환인가?
심부전은 대부분 암보다 사망률이 높고 폐암에 비해서만 조금 낮다. 폐암은 암 중에서도 가장 예후가 안 좋고 사망률이 높은 암이다. 그 정도로 심부전 사망률이 높다는 뜻이다. 심부전으로 입원하는 환자 중 10%가 한 달 안에 사망하고, 장기적으로 봤을 땐 5년 안에 사망할 확률이 50%가 넘는다. 1년 안에 많게는 3분의 1, 적게는 4분의 1이 사망한다는 데이터도 있다. 절반 정도는 심장이 펌프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생기는 여러 문제 때문에 사망하고, 심실 빈맥, 심실세동과 같은 부정맥도 사망 원인이 된다.
-진단은 어떻게 이뤄지나?
심부전 진단은 병력 청취가 가장 중요하다. 환자가 일상생활에서 겪은 심부전 증상이나 부종과 같은 징후를 살피고, 해당 증상이 심장 문제로 인해 발생한 건지 확인해야 한다. 병력 청취를 통해 심부전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심전도, 흉부 X-레이검사를 실시한다. 심부전일 경우 대부분 심전도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나오고, X-레이검사에서 폐흉수, 페부종이 확인되기도 한다. 심장 기능·구조의 이상 여부를 진단하려면 심장 초음파 검사 또한 실시해야 한다. 초음파 검사 장비가 없을 경우엔 바이오마커를 이용한 BNP 혈액검사를 진행할 수도 있다.
-치료는 언제 시작해야 할까?
대부분 증상이 있을 때, 즉 병기 C에 해당할 때 치료하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심부전 위험요인이 있을 때부터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당장 증상이 없어도 위험요인이 있으면 심부전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기 때문에 심부전을 예방하고 증상을 개선시킬 수 있는 약들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어떤 약이 사용되나?
치료 지침에서는 가급적 4가지 약을 한 번에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혈압약으로 쓰는 베타차단제와 전환효소차단제, 이뇨제 중 칼륨을 보전하는 알도스테론 길항제, 당뇨병 약제로 사용되는 SGLT2 억제제다. 이 4가지 약을 함께 사용했을 때 입원률·사망률이 줄어드는 것이 확인됐다. 이밖에도 증상 완화를 위해 이뇨제, 혈관확장제나 디곡신과 같은 강심제를 쓰기도 한다.
-약물 치료만으로 완치를 기대할 수 있나?
안타깝게도 심부전은 완치되는 병이 아니다. 약물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은 꾸준히 약을 복용해야 한다. 심장 기능이 정상에 가깝게 개선됐어도, 약물 치료를 중단하면 다시 나빠질 수 있다. 복용과 중단, 재복용을 거듭하다보면 개선될 확률도 점점 줄어든다.
-치료 후 주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면?
심부전 치료 후 퇴원하는 환자에게 가급적 싱겁게 먹어야 한다고 당부한다. 음식을 짜게 먹으면 염분 저류로 인해 수분이 원활하게 배출되지 않는다. 그러면 자꾸 몸이 붓고 폐에 물이 찰 확률도 높아진다. 치료 후 몸에 나타나는 변화나 이상 증상도 잘 살펴야 한다. 심부전이 다시 악화돼도 초기에 병원을 찾으면 약제 조절만으로 해결될 수 있다. 똑같이 먹고 운동해도 살이 계속 찐다거나 치료받기 전처럼 숨이 찬다면 참지 말고 병원을 방문하길 바란다. 특히 누우면 숨이 차고 앉으면 덜해지는 기좌호흡은 심부전 악화가 어느 정도 생긴 경우므로 가급적 빨리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심장이식이 필요한 경우는?
심부전인지 모르고 있다가 갑작스럽게 병원에 와서 쇼크 상태로 심부전 진단을 받는 경우가 있다. 이미 병기상 D 상태에서 병원에 온 거다. 이 경우 약물 치료를 실시해도 호전되기 어렵다. 혈압이나 장기손상 등이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이식 수술을 선택할 수 있다.
-심장이식 전·후 추가로 필요한 치료는 없나?
갑작스럽게 상태가 안 좋아져 응급실에 온 심부전 환자의 경우 심장 기능이 매우 저하된 상태다. 당장 온몸에 혈액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는 상태기 때문에 에크모 치료를 실시한다. 우심방까지 관을 삽입해 혈액을 빼내고 다시 혈액에 산소를 주입해 대동맥으로 보내주는 치료다. 이 같은 치료로도 심장 기능이 좋아지지 않으면 심장이식을 고려한다. 이식 전까지는 환자가 이식을 통해 호전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치료로 환자의 건강 상태를 잘 유지·관리해줘야 한다. 이식 후에도 거부 반응과 면역 억제제 사용에 따른 감염 문제 등에 잘 대응해야 환자가 무사히 회복할 수 있다. 환자 또한 이식 받은 심장이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게 꾸준히 검사·치료를 받아야 한다.
-협심증·심근경색증은 어떻게 확인할 수 있나?
두 질환 모두 관상동맥에 어떤 문제가 생겼는지 파악해야 한다. 대표적인 검사는 관상동맥조영술이다. 검사를 통해 막힌 부분이 확인되면, 혈관에 스텐트를 삽입해 열어주는 관상동맥중재술로 치료할 수 있다. 협심증의 경우 심전도 검사, 심장 초음파 검사, 핵의학검사, 혈관 모양을 보기 위한 관상동맥 CT검사 등을 실시하기도 한다. 반면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는 혈관이 막혀 극심한 통증이 있고 검사 과정에서 심장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이 같은 검사들이 제한된다.
-관상동맥중재술이란?
혈관을 막고 있는 콜레스테롤 덩어리들을 녹이거나 긁어낼 순 없다. 대신 혈관벽에 붙여 길을 내는 건 가능하다. 그 방법이 관상동맥중재술이다. 먼저 좁아진 혈관에 와이어를 넣은 뒤 문제가 생긴 부분을 풍선으로 넓혀준다. 이후 탄성에 의해 혈관이 다시 좁아지지 않도록 스텐트, 즉 금속망을 덧댄다. 치료 후 막힌 혈관이 열리면 혈류가 개선되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관상동맥중재술이 유일한 치료법인가?
협심증은 동맥경화가 진행되는 것을 막는 약제와 심장의 부하를 줄이는 약제 등을 쓰면 호전될 수 있다. 그러나 급성 심근경색증은 이미 혈관이 막힌 위험한 상태다. 혈관을 뚫어줘야 한다. 스텐트를 이용한 관상동맥중재술이 있지만, 환자 상태에 따라서는 관상동맥우회술이 시행될 수도 있다. 관상동맥이 너무 심하게 막힌 경우, 구조적인 문제로 스텐트가 들어갈 수 없는 경우, 여러 혈관이 막힌 경우 등이다. 이때는 대체 혈관을 연결해 막힌 혈관 뒤로 우회시키는 우회술을 고려한다. 혈관에 따라 다르지만, 왼쪽 가슴을 지나는 내유동맥은 10년이 지나도 막히는 비율이 5% 이하기 때문에 예후가 매우 좋다.
-치료 후 재발할 가능성은?
사람 몸에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동맥이 있다. 어디든 동맥경화가 발생할 수 있다. 건강했던 혈관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안 좋아질 수 있고, 스텐트를 삽입한 혈관에 재협착이 발생하기도 한다. 때문에 한 번 시술 받으면 끝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재발하지 않도록 꾸준히 약을 먹고 계속 관리해야 한다.
-심부전을 초기에 치료해야 하는 이유는?
심부전이 발생하면 일상생활은 물론, 경제활동도 어려워진다.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데다, 사망률도 높다. 그러나 초기에 제대로 진단·치료 받고 꾸준히 약을 복용하면 안 좋은 상황을 피할 수 있다.
-심부전을 예방하려면?
모든 질환은 예방이 중요하다. 심부전도 마찬가지다. 특히 병기상 A에 해당하는 심부전 위험군은 심부전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술·담배를 피하고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건 기본이며, 특히 당뇨병, 고혈압을 비롯한 성인병들을 잘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성인병 예방이 결국 심장병 예방이다. 이미 심장병이 있다면 심부전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약을 잘 복용하기 바란다.
서석민 교수는
가톨릭대 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은평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주요 진료과목은 심부전, 심장이식, 관상동맥중재술, 폐색전증, 저항성 고혈압 등이다. 특히 중환자를 주로 진료하며, 그 중에서도 심장이식 환자 전후 치료와 중증도가 높아 에크모(인공 심폐기) 치료가 필요한 환자 치료에 전념하고 있다. 수많은 관상동맥중재술, 혈관조영술, 심장이식수술 경험을 보유한 서 교수는 중증 환자 관리, 중재 시술 관련 연구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동시에 지역 개원의들에게도 관련 최신 연구와 치료 트렌드를 전파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는 앞으로도 ‘최선의 진료는 환자가 중심이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환자에게 헌신하겠다는 계획이다.
출처 : https://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23/11/10/202311100218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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