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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시간이 놀라운 수행으로 전환되려면 / 법상스님

덕 산 2022. 10. 29. 10:09

 

 

 

 

 

식사시간이 놀라운 수행으로 전환되려면

 

아침 점심 저녁, 식사를 해요. 밥을 먹습니다.

밥을 먹기 직전에 기도합니까? 안합니까?

혼자서라도 잠깐이라도 기도를 하란 말이에요.

꼭 합장을 해서 한 1, 2분. ‘거룩하신 부처님께 귀의합니다.’

이렇게 기도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저 공양하기 직전에 잠깐 멈추는 거에요.

잠깐 멈춰서 허겁지겁 먹으려던 그 의식을 잠깐 알아차려보고

그 급한 마음을 여유롭게 늦춰보는 겁니다.

 

그리고 밥 먹기 직전에

‘아~ 내가 이제 밥을 먹는구나. 지금부터 밥을 먹는구나.’하고

확실하게 인식하는 거에요.

그리고 밥을 먹습니다.

 

그리고 음식을 씹을 때는요,

최대한 오래 씹어보는 거에요.

급할 때는 빨리 씹어 넘겨도 좋습니다.

그러나 빨리 씹어 넘기면서도 충분히 관찰할 수 있죠.

그런데 될 수 있으면 오래 씹어 보는 거에요.

 

입안에 씹는 느낌이 어떤지를 한번 직접 느껴보는 겁니다.

음식을 씹었을 때, 이 콩알 하나가 입에 들어와서 씹히는 이 느낌.

그 혀와 입이 합작을 해서 아주 잘게 잘게 잘~ 기가 막히게 씹어서,

큰 덩어리 하나 없이, 모두 잘게 잘게 씹어주고,

그게 침과 섞여서, 어떻게 목구멍으로 넘어가는지.

그걸 한 번 관찰해 보는 겁니다.

이건 놀라운 경험이 될 수 있어요.

 

매일 같이 하루 세 번, 혹은 다섯 번, 열 번 일어나는,

뭔가를 먹는 시간!!

그 먹는 시간이 아~ 정말로 놀라운 시간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그냥 단순히 먹는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그걸 한 번 제대로 깨어서 느껴보면서 먹는 거에요.

관찰해 보면서 먹는 겁니다.

 

그래서 그 맛을 한번 예민하게 느껴보는 겁니다.

여러분 맛을 알아요? 음식들이 가져다주는 맛들을 충분히 경험합니까?

우리는 음식이 주는 맛을 충분히 경험하지 못하고, 대충 씹어 넘겨요.

 

그러다보니까 수많은 맛들은 그냥 섞이고, 뭉뚱그려,

짠맛, 단맛, 맛있는 맛, 맛없는 맛. 이렇게 대충 넘겨버리지요.

사실은 모든 음식들의 맛은 그렇게 언어로,

단순한 언어로 그 맛 하나를 탁~ 표현 할 수가 없어요.

 

모든 음식은.

오랫동안 씹어서, 오랫동안 그 맛을 음미 할수록,

그것 본연의 맛과 향을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자연 그대로의 음식일 경우,

야채, 밥, 땅콩. 그냥 자연그대로의 음식일 경우,

오래 씹으면 오래 씹을수록요,

그것들은 자연 그대로의 독자적인 맛과 향이 납니다.

그것만이 가질 수 있는 아주 독자적인 독특한 맛과 향이 진하게 우러납니다.

 

여러분 숲에 들어가서 숲속에 있는 자연 그대로의 풀들을 뜯어다가 드셔보셨습니까?

쌈밥집의 쌈과는 차원이 다르죠.

하나하나마다 독자적이고 독특한 맛과 향이 놀랍게 담겨 있습니다.

 

‘아~ 어떻게 같은 게 있지 않고 다 놀랍게 다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래서 오래 씹으면 오래 씹을수록 그것에 대한 깊은 향기와 맛을 느낄 수 있어요.

그런데 뭐 이것도 분별일 수 있겠지만,

조금 가공된 음식일수록, 몸에 안 좋은 음식일수록,

오래 씹게 되면, 첫맛은 좋아요. 빨리 먹기가 좋은 겁니다.

 

 

 

 

 

 

가공된 식품들은 강력한 맛의 자극적인 소스들,

이런 것들로 잠깐 씹어 넘기기에는 그게 훨씬 맛있어요.

그런데 오래도록 느끼면서 씹기에는

왜 부족한지를 한번 직접 음미하며 씹어 보시기 바랍니다.

 

인스턴트식품들, 과자 같은 거 한번 씹어서 오랫동안 음미하면서 먹어보세요.

조금 다른 느낌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게 좋다, 나쁘다, 라고 할 필요는 없습니다.

햄버거를 씹어서 먹을 때, 처음에 그 느낌은 아주 자극적인 소스로 맛있죠.

그래서 그것도 다 씹기 싫으니까, 다 씹어서 음미하기 싫으니까,

콜라를 섞어가지고 후르륵 넘겨버리죠.

그렇게 먹기가 제일 좋은 게 인스턴트식품이에요.

 

그러나,

음미하면 음미할수록 전혀 다른,

아주 새로운 어떤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는,

그런 자연 그대로의 것들이 많거든요.

그렇다면 안 좋은 음식은 먹으면 안 되고,

좋은 음식만 먹어야 되느냐?

좋은 음식을 먹는 것이 될 수 있으면 좋겠죠.

 

그러나 안 좋은 음식을 먹게 됐을 때,

어쩔 수 없이 먹게 되었을 때나, 아니면 어떤 사람이 이럴 수 있죠.

안 좋은 음식을 함께 먹고 있는데, ‘나는 이건 안 먹는다.’

‘난 이거 몸에 안 좋으니까 안 먹을 거야.’ 이렇게 하는 것도 좋습니다.

 

‘나는 안 좋은 것에 대해서는 분명히 안 먹을 것이다.’

딱 선을 긋는 거,

그것도 아름다운 일이에요. 아름다운 결심입니다.

 

그러나 또, 또 다른 결정,

‘아~ 내 혼자, 내 혼자 스스로는 안 먹을 것이지만,

그래도 함께 이렇게 있을 때,

남들 불편함을 주면서까지 내가 먹지 않기보다는,

그럴 땐 그냥 맛있게 먹을 거야.’

이렇게 결정하는 거. 이것도 아주 아름답습니다.

이것도 아주 좋아요.

어느 게 더 옳고, 그르거나, 더 높고 낮은 것은 없습니다.

 

 

 

 

 

 

그리고 어떤 안 좋은 음식을 어쩔 수 없이 먹게 됐거나,

먹게 되는 상황에서 보통 우리는 어떻게 먹느냐 하면요.

 

안 좋은 음식을 먹을 때, 어떤 알 수 없는 미묘함, 죄책감, 죄의식 내지는,

안 좋을거 같은 느낌, ‘아~ 이거 안 좋은데 이걸 또 먹어야 되네.’ 하는 느낌.

‘아~ 이거 먹으면 안 좋아 질 텐데.’ 하는 이런 두 번째, 세 번째 화살을 맞아요.

 

그 안 좋은 음식 먹는 것만으로도 몸에 좀 안 좋아지겠지만,

더 안 좋은 것은 두 번째, 세 번째 화살이 더 무서운 겁니다.

‘이 음식을 먹으면, 내 몸이 더 안 좋아 질 거야, 병이 더 악화 될 거야.’

이런 부정적인 생각, 이런 부정적인 고정된 관념.

그것이 나를 더 죽이는 것이죠.

 

사실은 조금 가공되서 안 좋은 음식일지라도, 오래 씹어 먹으면 좋아집니다.

오래 씹으면서 음미하면서 먹으면, 그 나쁜 성분이 실제로 사라져요.

 

우선 식사하기 전에 좋은 마음으로 기도하고 먹으면

나쁜 성분이 사라지면서 음식의 성분도 좋아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기도하고 먹느냐? 그냥 먹느냐에 따라서

마음의 의식이 달라지기 때문에

음식의 성분도 달라집니다.

 

동일한 음식을 먹어도 깨어있는 자가 먹었을 때의 그 음식의 성분과

그냥 무의식으로 먹었을 때의 그 음식 성분이

달라진다 ,라는 과학적인 연구가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음식을 오랫동안 씹을 때, 침과 섞이면서

그 침이 안 좋은 성분들을, 안 좋은 어떤 것들을 분해해준다,

라는 그런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그래서,

뭔가를 먹을 때에는 먼저 잠시 멈춰서 내 마음을 바라보는 기도를 하고,

음식을 먹으면서는 분별하지 않고, 그 맛을 깊이 음미하고,

깨어있는 의식으로 공양을 하게 된다면,

식사 시간 역시 놀라운 수행의 순간으로 변모될 수 있다는 겁니다.

 

- 법상스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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