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글

"어머니" 그 이름은...

덕 산 2012. 9. 24. 17:09

 

 

 

 

1

 

들로 가신 엄마 생각

책을 펼치면

책장은 그대로

푸른 보리밭.

 

 

이 많은 이랑의

어디 만큼에

호미 들고 계실까?

우리 엄마는.....

 

 

글자의 이랑을

눈길로 타면서

엄마가 김을 매듯

책을 읽으면,

 

 

줄을 선 글자들은

싱싱한 보리숲,

땀 젖은 흙 냄새

엄마 목소리.

 

 

2

 

때절은 이불 속

아가는 잠이 들고

졸음 맺는 등잔불

밤은 깊은데

 

 

세월을 돌리시듯

물레 잣는 어머니.

 

가슴에서 푸는 사연

하이얀 무명실

올올이 사랑으로

곱게 풀어서,

 

지나온 나날만큼

날을 삼고 씨를 짜서

아가에게 고이 입힐

고까옷 한 벌.

 

 

하마 이렛밤을

꼬박 밝히어도,

 

정으로 데워 오는

물레 소리

바람 소리.

 

 

동짓달 긴 밤도

어느덧 새나,

아득히 높은 곳에

새벽 닭 소리.

 

 

 

3

 

수수깡 울타리

호박잎에 배내리는 소리.

 

들로 가신 어머니는

아직도 웬일인지....

비안개 줄기 줄기

몰아 넘는 당재마루.

 

삽을 메신 어머니는

어느 논귀에 서 계실까?

 

 

비에 젖은 삼베적삼

얼비치던 젖무덤,

이 비를 다 맞으시고

어머니는 웬일일까?

 

 

도롱삿갓 손에 들고

아가는

눈물을 글썽이는데,

 

 

밤밭둑 옻샘터에

뿌리 박는 쌍무지개.

 

 

4

 

구름 너머 고향을 두고

그리움을 앓던 나날

어머니 무명치마는

구비 구비 푸른 산자락,

 

언제나 내가 쉴 곳은

거기 두고 있었네.

 

 

괴로움의 그늘에서도

즐거움을 기르시고

미움도 어루만져

사랑으로 가꾸시는,

 

어머니 높은 산맥에

나 하나는 무얼까?

 

 

때로는 바람을 맞고

눈비에 지친 날에도

그 품에 깃을 풀면

꽃이고 잎이었지만,

 

끝내 그 높은 뜻은

헤아리지 못했네.

 

 

 

5

 

동산 병원 460호

중환자 병실.

 

 

검진판의 눈금 위를

숨가쁘게 기어내리는

어머니 여윈 숨결은

끊어질 듯 이어지고,

 

 

남은 목숨의 양을

한 장 그래프로 재는

흰 까운의 의사는,

 

늙은 역장처럼

표정이 없어서

더욱 서러웠습니다.

 

 

철이 가면 거두어질

세월은 한 잎 낙엽

알뜰히 섬기던 목숨도

떨어져 갈 꽃잎인데,

 

 

한 세상 잊는 순간이

그리도 엄숙하여서

납처럼 무거운 공기

죽음은 말이 없습니다.

 

 

 

6

 

개찰은 끝났습니다.

 

 

저무는 역머리

막차를 기다리는

대합실.

 

 

종착역을 모르고 떠나는

외로운 나그네에겐

아무것도 갖지 못한

빈 손에 더욱 허전한데,

 

 

어머니는 조용히

나를 쳐다보십니다.

이젠 떠나야겠다고.....

 

 

아!

이 순간을 나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삶이란 첩첩 산길

고개 넘어 또 고개라,

 

 

어머니 삼베 적삼

땀 마를 적 없었는데,

지금은 저 편안한 모습

나는 정말 어쩝니까?

 

 

목숨이 짐이었다면

버리면 다 잊는 것을,

 

스스로 멍에를 지고

살아온 육십 청산이,

뻐꾸기 목멘 울음에

새 하늘로 열립니다.

 

 

 

7

 

어머니, 그 이름은

두고 온 고향 마을.

 

 

오솔길 꽃가마에

다홍치마 곱던 사연,

돌각담 초가 삼간

전설 담은 등불이네.

 

 

어머니, 그 이름은

서러운 고향 하늘.

 

서낭당 돌무더니

원을 실어 탑이 되고,

억새숲 영마루에

그리움의 달이 뜨네.

 

 

어머니, 우리 어머니

이제는 멀어져간 별.

 

 

하많은 사연으로

높푸른 청자하늘,

그리움은 영원의 정

눈물 같은 옛이야기.

 

--- 모셔온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