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어디론가 떠나고 싶습니다
- 용 혜 원 -
어디론가 떠나고 싶습니다
이 가을이 떠나버리기 전에
내가 먼저 떠나고 싶습니다.
삶이 빈 껍질처럼 느껴져
쓸쓸해진 고독에서 벗어나
그대를 사랑하고 싶습니다.
그리움으로 피멍이 들었던 마음도
훌훌 벗어던지고
투명한 하늘빛 아래
넋 잃은 듯 취하고 싶습니다.
간들거리며 불어오는 바람에
몸부림치도록 고통스럽던 마음을
하나도 남김없이 날려 보내고 싶습니다.
늘 비질하듯 쓸려나가는 시간 속에
피곤도 한구석으로 몰아넣고
한가롭게 쉬고 싶습니다.
머무르고 싶은 곳
머무르고 싶은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랑에 나도 물들고 싶습니다.
내 혼을 쏙 빼놓을 정도로
곱게 물든 낙엽들이
온몸을 투신하는 이 가을엔
어디론가 떠나고 싶습니다.
'좋은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우리 서로 기쁜 사람이 되자 (0) | 2012.09.17 |
|---|---|
| 당신이 피운 오늘의 꽃은 무엇입니까? (0) | 2012.09.17 |
| 갈 대 / 백덕순 (0) | 2012.09.16 |
| 행복을 부르는 사소한 습관 (0) | 2012.09.16 |
| 재 물 (0) | 2012.09.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