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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엔 어디론가 떠나고 싶습니다 / 용혜원

덕 산 2012. 9. 16. 19:55

 

 

 

 

 

 

가을엔 어디론가 떠나고 싶습니다

                                - 용 혜 원 -

 

 

어디론가 떠나고 싶습니다

이 가을이 떠나버리기 전에

내가 먼저 떠나고 싶습니다.

 

삶이 빈 껍질처럼 느껴져

쓸쓸해진 고독에서 벗어나

그대를 사랑하고 싶습니다.

 

그리움으로 피멍이 들었던 마음도

훌훌 벗어던지고

투명한 하늘빛 아래

넋 잃은 듯 취하고 싶습니다.

 

간들거리며 불어오는 바람에

몸부림치도록 고통스럽던 마음을

하나도 남김없이 날려 보내고 싶습니다.

 

늘 비질하듯 쓸려나가는 시간 속에

피곤도 한구석으로 몰아넣고

한가롭게 쉬고 싶습니다.

 

머무르고 싶은 곳

머무르고 싶은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랑에 나도 물들고 싶습니다.

 

내 혼을 쏙 빼놓을 정도로

곱게 물든 낙엽들이

온몸을 투신하는 이 가을엔

어디론가 떠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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