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여름이 끝나갈 무렵,
마지막 풍요로움을 자랑하는
끝물의 과일 위에서
있는 대로 시간을 끌다가
마침내 슬그머니 사라져 버리는
9월의 햇살을 몹시 사랑한다.
맑고 뜨거운 햇살이 어느 때보다
감사하게 느껴지는 날들입니다.
들녘의 곡식들이
탱탱하게 여물어 가는 소리,
단맛이 무르익는 과일의 향기가
바람결에 묻어옵니다.
'이틀만 더 남녘의 햇빛을 달라'고
기도하는 시인 릴케의 음성이,
농부들의 애타는 기도소리가
어디선가 들리는 듯합니다.
- 피에르 쌍소의《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