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어 나온다
이 겨울 한복판,
빈 벌판에 내동댕이
난로에선 주전자 물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나는 끓는 주전자 뚜껑 죽어라, 죽어라
내리누르고 누르고....
주전자 속 보리 알갱이들은
두 눈 벌겋게 뜨고 달려든다.
튀어 나온다
이 겨울 한복판,
빈 벌판에 내동댕이 쳐진 양은 냄비하나
껑충껑충 뛰어 나에게로 달려 온다.
할머니가 감자 한 톨 구워주던 화롯가
어머니가 알밤 까 주던
아궁이가 새삼 그립다,
난롯가에는 여전히,
주전자 속에는 여전히
부글부글 내 삶들이 들썩이는데
저만치 등 뒤에선 누군가 누군가가
자꾸 주전자 뚜껑을 내려놓고
떠나라고 소리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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