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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또 하루 삶 / 이영춘

덕 산 2012. 6. 18. 20:12

 

 

 

튀어 나온다

이 겨울 한복판,

빈 벌판에 내동댕이

난로에선 주전자 물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나는 끓는 주전자 뚜껑 죽어라, 죽어라

내리누르고 누르고....

주전자 속 보리 알갱이들은

두 눈 벌겋게 뜨고 달려든다.

 

튀어 나온다

이 겨울 한복판,

빈 벌판에 내동댕이 쳐진 양은 냄비하나

껑충껑충 뛰어 나에게로 달려 온다.

 

할머니가 감자 한 톨 구워주던 화롯가

어머니가 알밤 까 주던

아궁이가 새삼 그립다,

난롯가에는 여전히,

주전자 속에는 여전히

부글부글 내 삶들이 들썩이는데

 

저만치 등 뒤에선 누군가 누군가가

자꾸 주전자 뚜껑을 내려놓고

떠나라고 소리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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