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운 글

적게 가져야 더 많이 얻는다.

덕 산 2012. 6. 28. 12:12

 

 

 

 

내가 아마도 욕심이 많기 때문에

무소유를 그렇게 강조하게 된 듯하다.

내가 늘 가만히 반성해 본다.

지금도 내가 가진 것이 너무 많다.


오두막 살림에서 보면 다기도

한두 벌이면 될 텐데 서너 벌 있고,

또 읽은 책도 한두 권이면 족한데

그것도 오십여 권이 넘는다.


또 생활 도구도 이것저것 가진 게 많다.

그렇기 때문에 나 스스로

무소유를 주장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고 싶은 것은,

이런 넘치는 세상일수록

가난의 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다.

주어진 가난이 아니라

선택한 가난을 실천해야 한다.


내 글만 읽고 나를 현품대조 하러

온 사람들이법정 스님하면 잘 생기고

싱싱한 줄 알았는데 이렇게 별 볼 것

없고 바짝 마르고 쭈글쭈글하니

실망의 기색이 영영하다.

그때마다 속으로 나는 미안해한다.


거죽은 언젠가 늙고 허물어진다.

늘 새 차일 수가 없다.

끌고 다니다보면 고장도 나고

쥐어박아서 찌그러지기도 한다.


육신을 오십 년, 육십 년 끌고

다니다 보면 폐차 직전에 도달한다.

거죽은 언제 가는 허물어진다.

생로병사하고 생주이멸(生住異蔑)한다.

 

그러나 보라,

중심은 늘 새롭다.

영혼에 나이가 있는가.

영혼에는 나이가 없다.

영혼은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그런 빛이다.

 

어떻게 늙는가가 중요하다.

자기 인생을 어떻게

보내는가가 중요하다.


우리가 지금 이 순간,

전 존재를 기울여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다면,

이다음에는 더욱 많은

이웃들이 사랑할 수 있다.


이다음 순간은

지금 이 순간에서 태어나기 때문이다.

사람은 지금 이 순간에서 피어난다.

지금이 바로 그때이지,

시절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맑고 작은 것으로 살아가려면

될 수 있는 한작은 것과 적은

것으로써 만족할 수 있어야 한다.

큰 것과 많은 것에는

살뜰한 정이 가지 않는다.


우리가 너무 많은 것을 추구하다보니

무뎌져서 작고 적은 것에

고마워할 줄을 모르게 되었다.


거듭 말하지만, 하나가 필요할 때

둘을 가지려 하지 말라,

둘을 갖게 되면 그 하나마저 잃게 된다.

모자랄까 걱정하는

그 마음이 바로 모자람이다.

그것이 가난이고 결핍이다.


--- 법정스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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