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 레 자 식
- 김 인 육 -
비틀거림이 없는 삶이
고향집 에서 더는 홀로 살지 못하게 된
여든셋, 치매 앓는 노모를
집 가까운 요양원으로 보낸다
시설도 좋고, 친구들도 많고
거기가 외려 어머니 치료 에도 도움이 돼요
1년도 못가 두 손 든 아내는
빛 좋은 개살구 들을 골라
여기저기 때깔 좋게 늘어놓는다,
실은 늙은이 냄새,
오줌 지린내가 역겨워 서고
외며느리 병 수발이 넌덜머리가 나서인데
버럭 고함을 질러 보긴 하였지만,
나 역시 별수 없어 끝내
어머닐 적소(適所)로 등 떠민다
에비야, 집에 가서 같이 살면 안 되나?
어머니, 이곳이 집 보다 더 좋은 곳이에요
나는 껍질도 안 깐 거짓말을
어머니에게 생으로 먹이고는
언젠가 나까지 내다 버릴지 모를
두려운 가족의 품속으로 허겁지겁 돌아온다
고려장이 별 거냐 제 자식 지척에 두고
늙고 병든 것 끼리 쓸리어
못 죽고 사는 내 신세가 고려장이지
어머니의 정신 맑은 몇 가닥 말씀에,
폐부에 찔린 나는
병든 개처럼 허정거리며
21세기 막 된 고려인의 집으로 돌아온다
천하에 몹쓸, 후레자식이 되어...
퉤퉤, 돼 먹지 못한 개살구가 되어...
--- 계간 "다층" 2009년 여름호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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